풍운아의 소름 돋는 인생역전 만루홈런… 한화 신성현 ‘스타탄생’

입력 2015-06-11 09:13 수정 2015-06-25 23:11

신성현(23·한화 이글스)은 풍운아다. 아직 어리지만 야구인생의 여러 굴곡을 겪었다.

신성현은 서울 덕수중을 졸업하고 곧바로 일본 교토 국제고에 진학했다. 국제고 야구부에서 30홈런을 때렸다. 일본의 프로야구 스카우트들은 그런 신성현에게 눈독을 들였다. 신성현은 2008년 가을 일본 프로야구 드래프트에서 히로시마 도요카프의 4라운드 지명을 받았다. 야구인생에서 전성기가 시작되는 듯 했다.

하지만 프로의 벽은 높았다. 신성현은 히로시마에서 한 경기도 출전하지 못했다. 그렇게 5년을 낭비했다. 히로시마는 2013년 11월 신성현을 방출했다. 20대 초반의 신성현에겐 청천벽력과도 같았다. 신성현은 우리나라로 돌아왔다.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에 입단했다.

당시 고양 원더스를 지휘했던 김성근(73) 감독은 신성현을 아꼈다. 하지만 구단의 해체를 막을 수는 없었다. 고양 원더스는 지난해 해단했다. 신성현은 다시 무적신세로 전락했다. 같은 해 8월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에 도전했다. 하지만 무릎을 다친 신성현을 지목한 구단은 없었다. 내일은커녕 오늘조차 장담할 수 없는 하루하루가 흘러갔다. 하지만 신성현은 포기하지 않았다. 기회를 노렸다.

꾸준한 기다림엔 응답이 있었다. 김 감독이 한화 이글스의 지휘봉을 잡으면서 신성현은 기회를 잡았다. 김 감독은 신성현을 한화로 불렀다. 지난달 30일 울산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원정경기에서 프로 데뷔전(4대 3 승)을 치렀다.





그리고 10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원정경기에서 프로로 입문하고 처음으로 담장을 넘겼다. 만루홈런이었다. 한화의 6번 타자(1루수)로 선발 출전한 신성현은 0대 1로 뒤진 4회초 역전 만루홈런을 터뜨렸다. 비거리는 130m. 프로 데뷔 보름도 안 된 6번 타자의 만루홈런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스타탄생의 순간이었다. 한화는 삼성을 7대 2로 격파했다. 신성현의 홈런은 결승타가 됐다.

야구팬들은 신성현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야구팬들은 11일 새벽 SNS에서 신성현의 이름을 부르며 환호했다. 한 야구팬은 “짜릿했다. 감동적이었다. 신성현이 경험한 야구인생의 굴곡을 알고 나서는 소름이 돋았다. 야구가 보여줄 수 있는 가장 감동적인 드라마였다”고 했다.

신성현은 “빠른 공 하나만 노리고 타석으로 들어갔다. 공을 친 순간 조마조마했다”며 “첫 홈런볼을 부모님께 드릴 생각이다. 응원을 보낸 팬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