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엄지원이 “괴물 같은 연기를 한번은 하고 죽고 싶다”라며 데뷔 13년차 배우임에도 연기에 대한 목마름과 불같은 열정을 보여줬다.
10일 오후 4시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영화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이하, 경성학교)의 주연을 맡은 엄지원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경성학교는 1938년 경성의 기숙학교에서 사라지는 소녀들을 한 소녀가 목격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 미스터리 영화다. 엄지원은 극중에서 비밀을 간직한 기숙학교의 교장 역할을 맡았다.
- 경성학교 시나리오를 받고 첫 느낌은 어땠나.
“이해영 감독님이 가지고 있는 정의할 수 없는 유니크함을 개인적으로 좋아하고 존중한다. 감독님이 책을 보내주셨는데 역시나 새롭고 신선했다. 새로운 이야기들을 어떻게 풀어내야 할까, 그건 새로운 시도를 하는 사람들의 숙제인 듯하다. 지금만큼의 비중이 없었어도 감독님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함께 했을 것이다. 제 선택에 변함은 없다.”
- 이해영 감독에 대한 굉장한 신뢰가 느껴진다. 영화 ‘페스티발’ 이후 두 번째 호흡이다.
“이해영 감독님을 사랑하고 좋아하는 이유는 충무로의 손꼽히는 이야기꾼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이야기를 생각하고 쓰고 만들어가는 감독님. ‘천하장사 마돈나’ ‘페스티발’을 비롯해서 시나리오작가였을 때의 작품들도 늘 새로운 이야기에 도전한다. 흥행적인 면에서 스코어가 잘 나와서 감독님의 다양한 이야기들이 앞으로도 힘을 받았으면 좋겠다. 감독님에게 흥행이라는 선물이 갔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이 있다.”
- 첫 악역 연기에 도전했다. 이전에 영화 ‘소원’과는 또 다른 변신이다.
“아줌마 역할을 하고 나면 계속 아줌마 역할만 들어온다.(웃음) 지적인 역할을 하면 또 그런 역할만 들어오고. 경성학교에서는 저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였다. 악역을 표현하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는데 화려한 면을 보여주고 싶었다. 의상에서부터 헤어, 걸음걸이 등 여러 가지 많이 생각을 했다. 인물에 따라서 그런 것이 허용되는 캐릭터가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는데, 이번에는 외적으로 다양한 변주를 할 수 있는 캐릭터라서 재미있게 연기했다.”
- 새로운 인물로의 도전과 변화는 설렘으로 다가오지만, 완성하는 과정은 고단할 것도 같다.
“연기를 할 때 힘듦은 언제나 있다. 언제나 힘들다. 하지만 안 힘든 영화는 없기 때문에 작업의 과정을 즐기려고 한다. 그렇게 과정을 즐기다가 보면, 어느 순간 켜켜이 그 인물을 만들어갈 수 있는 여지들이 열리는 것 같다. 그 인물을 향한 지도가 있다면, 지도의 길을 찾아 갈 수 있는 과정이 좋다. 인물을 찾아가는 과정을 좋아하는 것 같다.”
- 극중에서 실제 일본인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유창한 일본어를 구사했다. 얼마나 연습을 한 것인가.
“일본어 선생님도 계시지만 선생님이 감정적인 연기까지 가르쳐 주시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밤을 새서 일드를 봤다. 기본적인 공부를 한 다음에 일드를 미친 듯이 봤다. 감정적인 연기를 많이 캐치하기 위해서.
그 중에서 기무라 타쿠야의 작품을 초기 작품부터 최근까지 정주행 해서 거의 다 봤다. 잘생긴 배우라는 정도만 알았는데, 그의 작품을 거의 다 챙겨 보면서 연기적으로 많이 배웠다. 저도 경성학교에서 연기를 할 때, 일본 여성의 하이톤 억양이 아닌 일본 남자의 억양과 감정을 더 캐치해서 연기했다.”
- 요즘 메르스 때문에 극장가가 한산하다. ‘경성학교’를 관객들이 어떻게 즐기기를 바라는지.
“저는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은 미장센인 듯 하다. 비주얼적으로 굉장히 훌륭한, 손에 꼽히는 장면들이 곳곳에 담겨 있다. 영화를 보고 나서도 두고두고 회자될만한 장면들을 즐기셨으면 좋겠다.”
- 배우 엄지원, 앞으로의 포부가 있다면.
“언제나 제 꿈은 연기를 잘 하고 싶은 배우가 되고 싶은 게 꿈이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한번은 정말 괴물 같은 연기를 하고 죽고 싶다. 영화를 딱 보고 나왔을 때 관객들이 ‘엄지원 괴물이다’ 그런 연기를 한번 죽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 꿈을 꾸고 있다.
조경이 기자 rookeroo@kmib.co.kr
엄지원 “괴물 같은 연기 한번 하고 싶다”
입력 2015-06-10 21:55 수정 2015-06-11 0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