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수상 헌트 교수 ‘여성은 골칫거리’ 발언 논란

입력 2015-06-10 19:43

노벨상을 받은 남성과학자가 여성과학자는 실험실에서 골칫거리에 불과하다는 식의 발언을 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비판의 대상이 됐다.

10일 영국 일간 가디언과 더 타임스 등에 따르면 2001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팀 헌트 케임브리지대 명예교수(72)는 전날 서울에서 열린 세계과학기자대회에 참석, 여성과학자들과의 오찬에서 “나는 남성우월주의자”라면서 “나와 여성들 간 문제에 대해 얘기해주겠다”고 포문을 열었다.

그는 “여성이 실험실에 있으면 세 가지가 일어난다”면서 “먼저 내가 그들과 사랑에 빠지고, 그들이 나와 사랑에 빠지고서 그들에 대해 비판하면 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나는 동성 과학자들만 있는 실험실을 선호한다”면서 “여성들에게 방해받기를 원치 않는다”고 덧붙였다.

헌트 교수의 발언은 같은 행사에 참석한 런던시립대 과학저널리즘 담당 강사 코니 세인트루이스씨가 트위터를 통해 전파하면서 알려졌다.

회원인 헌트 교수가 이런 발언을 하자 영국 왕립협회는 “우리의 시각을 반영한 게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데이비드 콜크헌 런던대 교수는 헌트 교수의 발언에 대해 “여성의 발전에 재앙”이라고 평가했다.

헌트 교수의 발언은 트위터상 여성과학자들에게 광범위하게 비판받았다. 최초 전파자인 코니 세인트루이스씨는 “우리가 아직 빅토리아 시대에 사는 줄 아는가”라면서 “그가 영국인이라는 사실이 너무 끔찍했다”고 한탄했다.

여성신경과학자인 우타 프리스씨는 트위터에서 “DNA구조를 발견해 노벨상을 받고 나서 흑인이 지적으로 열등하다고 한 제임스 왓슨의 발언과 같은 발언”이라며 “그의 남성우월주의적 발언이 매우 속상하다”고 밝혔다.

헌트 교수는 ‘세포 주기’라는 개념을 처음 만들고 이를 토대로 암 발생 원인을 규명한 공로로 2001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그의 아내 메리 콜린스는 런던대 면역학과 교수이자 여성과학자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