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미국 방문 연기 문제를 놓고 최근 며칠간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다 10일 아침 '방미 연기'라는 최종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들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14일로 예정된 미국 방문 일정과 관련, 방미 일정 연기 또는 축소를 놓고 외교라인과 정무라인의 찬반 의견을 두루 청취하면서 심각하게 고민했다고 한다.
박 대통령 방미 문제와 관련해 청와대 내부에서 일정조정을 고민하고 있다는 신호가 감지되기 시작한 시점은 금주 초부터다.
이는 정치권에서 방미연기론이 고개를 들기 시작한 시점과 일치한다.
지난 8일 야당을 비롯해 여당 일각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를 맞아 박 대통령의 방미를 연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자, 청와대 내부에선 한미정상회담 등 워싱턴 방문 일정은 예정대로 소화하되 이후의 휴스턴 방문 일정 등은 조정가능하다는 반응들이 흘러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이즈음 박 대통령은 방미 일정 축소 뿐만 아니라 연기라는 선택지까지 포함해 심각한 고민에 들어갔다고 한다.
외교부와 청와대 외교수석실은 메르스 사태가 큰 틀에서 진정국면을 맞이했다며 일부 일정을 축소하더라도 방미를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정무라인 등에서는 메르스 대응을 통한 국민안전이 최우선인 만큼 방미 연기도 무방하다는 의견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박 대통령은 최종 선택지를 놓고 수일간 심각하게 고심했고, 이날 아침 방미 연기로 최종결정을 내린 뒤 참모진에게 미국측과 일정 조율에 나서라는 지시를 했다고 한다.
한 관계자는 "박 대통령은 미국을 가느냐, 안가냐를 놓고 힘들게 힘들게 며칠간 고민했다"고 전했고, 다른 관계자는 "박 대통령은 방미연기 찬반의견을 모두 듣고 고심 끝에 오늘 아침 참모진에게 방미 연기라는 최종 결심을 전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박 대통령이 방미 연기로 결론내리자 이날 아침 외교부와 청와대 비서실은 미국과의 일정조율을 위해 긴박하게 돌아갔다.
이병기 비서실장은 윤병세 외교장관에게 즉각 연락을 취했고, 윤 장관은 오전 8시께 존 케리 미 국무장관에게 전화를 걸었다. 미국 현지 시간으로는 오후 7시였다.
윤 장관은 통화에서 메르스 사태 대응을 위해 박 대통령 방미를 불가피하게 연기했으면 한다는 의견을 정중하게 전했고, 케리 장관은 한국의 상황을 충분히 이해한다며 우리 측의 연기 결정을 양해했다고 한다.
또한, 그 자리에서 두 사람은 '상호 편리한 가장 빠른 시기'로 방미 일정을 재조정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장관과 케리 국무장관의 조율과 동시에 청와대와 미 백악관간 채널도 가동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우 홍보수석은 춘추관 브리핑에서 "사전에 미국측에 이해를 구했으며 향후 한미간에 상호 편리한 가장 빠른 시기로 방미 일정을 재조정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美와 일정 조율하라” 朴대통령 오늘 아침 방미 연기 최종 결정 뒤 일정 조율 지시
입력 2015-06-10 17: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