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방미 연기] 한반도 및 동북아정세 이슈 줄줄이 뒤로

입력 2015-06-10 21:32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 방문을 전격 연기하면서, 산적했던 외교 현안들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에 줄줄이 밀리는 모양새다. 북한의 잇따른 도발 및 미·일 ‘신(新)밀월’에 따른 외교적 고립 논란 등 시급한 과제를 미뤄두고 여론에 떠밀려 섣부른 판단을 내린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앞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지난 4월 방미를 통해 자위대의 집단자위권 행사를 공인 받는 등 미·일 관계를 ‘부동의 동맹’으로 격상했다. 아베 총리는 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도 두 차례 회담을 가지면서 과거사 논란으로 얼룩졌던 중·일 관계도 회복 국면으로 돌려놨다.

이에 따라 최근 외교가 안팎에선 한국 외교가 ‘고립’에 빠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빗발쳤다.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과 중국의 ‘대국굴기’, 일본의 ‘정상국가화’ 등과 달리 거시적인 외교전략 없이 사안별 대처에 급급하다는 비판이다. 지난달 초에는 이례적으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외교 당국의 ‘전략 부재’를 질타하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거기다 남북관계마저 최악이다. 우리 정부는 최근 민간 차원의 남북교류를 적극 장려하는 등 대북 유화 제스처를 보내왔지만 북한은 이에 ‘찬물’을 끼얹은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박 대통령을 포함한 우리 정부 인사들에 노골적인 비난을 퍼붓는가 하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개성공단 방문을 하루 전에 취소하고 6·15, 8·15 남북공동행사도 사실상 결렬시켰다.

북한은 특히 지난달 9일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시험을 실시하고, 국방위원회 정책국 대변인 성명을 통해 ‘핵무기 소형화·다종화’를 주장하는 등 군사적 긴장감까지 최고도로 높여 놓은 상황이다. 비슷한 시기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의 숙청 사실까지 공개되면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즉흥적인 ‘공포 정치’가 한반도 정세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많았다.

이에 따라 이번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한·미 동맹 강화 및 한반도 주변 정세 점검 등 외교전략 전반을 재정비할 기회가 마련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방미가 연기되면서 외교적 난국을 돌파할 ‘적기’를 놓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한쪽 측면만 본 지적이다. 국가원수의 업무는 다양한 측면이 있다”면서 “우리 국민의 다양한 기대 수준을 종합적으로 감안한 결정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