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병원들이 병원명 공개를 꺼려하던 가운데 당당하게 “메르스 확산을 막았다”고 주장할 수 있는 병원이 나와 화제입니다. 네티즌들도 “떳떳하게 조치했다면 병원명을 숨길 이유가 없다”며 메르스 확산을 막아선 의사의 직업 정신을 칭찬했죠.
국제신문은 동네 의사의 직감으로 메르스 확산을 막았다며 동네병원 원장인 임홍섭 원장의 사연을 9일 보도했습니다.
3일 임 원장이 운영하는 부산 사하구 괴정동의 임홍섭 의원에 60대 환자 박모(61)씨가 들어섭니다. 박 씨는 기침도 없이 고열만을 호소했죠. 임 원장은 “노인들은 아파도 고열이 나는 경우가 드문데 환자의 열을 재보니 38.7도였다”며 “환자가 삼성서울병원에 다녀왔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메르스를 의심했다”고 간담을 쓸어내렸습니다.
당시 박 씨는 기침을 하지 않는 등 전형적인 메르스 환자의 증상에서 벗어나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임 원장은 곧장 보건소에 연락했습니다. 보건소는 ‘메뉴얼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구급차를 지원하지 않았죠.
보건소의 거절에도 임 원장은 박 씨를 동아대병원으로 보내기로 했습니다. 임 원장은 박 씨에게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말 것, 택시를 타면 차량 번호와 기사 이름을 외울 것, 병원에 도착하면 외래진료실을 거치지 말고 응급실로 곧장 갈 것 세 가지를 신신당부했습니다.
임 원장은 박 씨가 메르스 환자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면담을 병원 밖에서 했습니다. 다른 환자들을 고려한 결정이었죠. 박 씨는 결국 사흘 후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습니다.
하마터면, 부산 지역에서 메르스 환자가 급속히 늘어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메르스인 줄도 몰랐을 가능성이 더 높죠. 병원명 공개의 시점은 7일입니다. 임 원장이 정부의 병원명 공개 이전에 박 씨를 메르스 의심 환자로 판별할 수 있었던 것은 인터넷에 떠돌던 병원명 리스트 때문이었습니다. 임 원장은 박 씨의 방문 이전에 의사 커뮤니티를 통해 삼성서울병원에서 메르스 확진자가 나왔다는 글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임 원장은 “메르스 같은 질병은 과잉 대응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합니다. 매뉴얼에 맞지 않는다는 보건소의 주장대로 박 씨를 그냥 지나쳤다면, 수많은 메르스 환자가 나올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습니다. 메르스 환자를 돌본 병원이라는 소식에 환자수가 줄어들 것 아니냐는 걱정에도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 질 것” “우리 병원을 찾는 고령의 환자분들이 놀라셨을까봐 걱정된다”고 겸손히 답했습니다.
네티즌의 따스한 격려가 이어졌습니다. “겸손히, 묵묵히 봉사하는 분들 덕분에 대한민국에도 희망이 있습니다” “의사로서 원칙과 신념을 지킨 임 원장이 진정한 영웅이십니다” “최고의 미덕은 겸손과 진실, 숨기고, 거짓말 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임 원장에게서 배웁니다” 등의 찬사가 쏟아지는 건 당연했습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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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확산 막은 동네 의사 ‘병원명 공개에도 떳떳하다’
입력 2015-06-10 15: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