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의료인(속칭 사무장)인 A씨는 의사 5명의 명의만 빌려 인천에 의원과 요양병원을 개설해 운영하면서 가짜 환자(나이롱 환자) 입원과 의무기록 조작 등으로 민영보험금 29억9000만원과 건강보험 요양급여 19억2000만원, 산재급여 4000만원을 챙겼다. A씨뿐만 아니라 이 병원에 장기 입원하면서 다른 가짜 환자를 유치한 나이롱 환자 2명, 가짜 환자들에게 20만~50만원의 수수료를 받고 이 병원을 소개해준 브로커 1명도 경찰에 덜미가 잡혀 구속됐다.
금융감독원은 이런 불법 ‘사무장 병원’을 통한 민영·건강보험의 누수가 심각하다고 보고 보험사기 혐의가 있는 사무장 병원 105곳을 추려냈다고 10일 밝혔다. 유형별로는 의료기관 이중 개설이 31곳, 떠돌이 의사를 고용해 수시로 개·폐원한 곳이 35곳, 고령 의사 등의 명의 대여가 28건, 요양병원 운영형태를 악용한 사례가 21곳이다. 금감원은 이 가운데 가짜 입원 환자 유치 혐의가 짙은 57곳을 대상으로 기획조사를 벌이고 조사결과를 수사기관에 넘겼다.
유형별 사례를 보면 사무장 B씨는 의사 명의를 빌려 같은 주소지 건물에 의원과 요양병원을 열고 나이롱 환자들을 유치해 병원 2곳에 돌려가며 입원시키거나 입원한 것으로 서류를 조작했다. 경미한 질병으로 한 병원에 오래 입원하면 허위·과다 입원으로 의심 받기 쉽기 때문에 서류상으로 입원 환자를 돌린 것이다.
같은 장소의 의료기관인데 개설의사 명의가 자주 바뀌는 것도 사무장 병원의 특징이다. C씨는 법인이사장 D씨와 짜고 법인 명의로 의원을 연 뒤 떠돌이 의사 5명을 고용, 4년 동안 4차례 개·폐원하면서 가짜 환자를 유치해 보험금을 챙겼다.
고령이나 질병 때문에 진료를 할 수 없거나 경제적 문제로 병원 개설을 못하는 의사의 명의를 빌린 사무장 병원도 있었다. 언어장애가 있는 81세 의사 E씨는 사무장 F씨로부터 월급 500만원을 받는 대가로 명의를 빌려줬다.
요양병원은 일반병원과 달리 정액수가제로 장기입원이 가능해 보험사기범들의 선호 대상이다. 비의료인 G씨는 고령 의사 5명을 고용해 요양병원을 열고는 인근 종합병원에서 암 치료를 받는 환자를 유치, 입원 사실이 없는데도 허위진단서와 입·퇴원 확인서를 발급하는 방법으로 건보급여와 민영보험금을 타냈다.
최근에는 의료생협제도를 악용해 불법으로 조합과 부속 의료기관을 설립한 뒤 가짜 환자와 공모해 보험금을 수령하는 사례도 있다고 금감원은 전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사무장 병원의 사무장과 명의를 빌려준 의료인은 보험사기로 처벌되고 편취한 보험금은 전액 부당이득금으로 환수된다”고 말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80대 의사 명의 빌려 병원 열고 나이롱 환자 유치해 보험금 타내
입력 2015-06-10 15: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