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많은 사람들은 온전한 전인건강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의식의 세계뿐만 아니라 우리 내면의 무의식의 세계에 대해서도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 이러한 깊은 인간 내면을 성찰하기 위한 노력은 심리학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 특히 프로이드와 융을 중심으로 한 심층심리학에서 잘 나타난다고 할 수 있다. 프로이드의 경우 무의식에 있는 억압된 내용을 의식의 세계로 가져오게 될 때 심리적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보고, 융의 경우는 무의식과 의식이 서로 만나지 않는다면 영혼의 아픔이 있을 것이고, 이 둘이 만나질 때 자아실현이 이루어지고 참된 행복을 찾아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전인건강을 이루기 위해서는 이와 같이 의식과 무의식의 만남이 중요하다고 보는데, 성서는 이미 이러한 전인건강을 위한 중요한 통찰력을 제공해준다. 왜냐하면 성서에는 인류의 보편적인 삶의 내용을 보여주는, 즉 인류가 오랫동안 경험해온 영적이고 정신적인 가치관을 포함하는 무의식의 세계를 담고 있는 원형적인 이야기들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성서는 하나님의 말씀을 전해주는 영적인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또 한편 인간의 심층을 깊게 분석하는데도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온전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해줄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기독교의 상징이나 영성은 삶에 의미를 부여하고 심리적 상처를 치유해 주는 것을 볼 수가 있다. 미국에서는 영성의 주요 요소인 기도와 상담을 통합하려는 시도가 많은 학자들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고, 상담에서 영적 문제들이 민감하게 효율적으로 다루어질 때 성공적인 결과가 더욱 많아진다고 보고한다.
사실 요즘 사람들이 관심있게 추구하는 행복, 삶의 질, 혹은 심리적 건강 등은 육체적, 정신적, 영적 측면의 세 영역이 조화를 이룰 때 올 수 있다. 그럼에도 프로이드처럼 영성이란 단지 환상에 불과하고, 그것은 사람들이 자기 자신의 현실을 직면하는 것을 방해한다고까지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즉 종교는 정신건강에 불필요한 것이며 최악의 경우에는 해로운 것으로 보기까지 하는 심리학의 흐름이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러한 관점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많은 학자들이 한 개인은 신체적, 심리적, 그리고 영적 측면들을 지닌 통합적 존재로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정신의학협회(APA)에서도 종교적 혹은 영적 문제들을 인간의 심리적 문제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DSM-IV-TR에 소개하기도 했고, 종교와 영성이 정신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며 정신적인 평안에 기여한다는 연구 결과들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요즘 영성에서 많이 이야기되고 있는 렉시오 디비나의 치유 효과에 대한 연구가 부분적으로 있었는데, D. Baker는 렉시오 디비나는 하나님과의 친밀한 관계를 위한 영성훈련으로 뛰어난 방법이면서 동시에 마음을 고요하게 하고 적은 일에 집중할 수 있게 하며, 스트레스, 불안, 그리고 다른 신체적 증상을 완화시키는 등의 일반 명상이 주는 심리학적 유익도 또한 준다고 말한다. 그리고 과거의 쓰라린 정서적 경험에 근거를 둔 행동에서 나오는 뿌리 깊은 습관을 바꾸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데 정기적으로 하는 관상 기도는 무의식의 흐름에 자신을 맡기고, 자신의 힘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해주시도록 맡기는 것을 통해 잘못된 습관을 바꾸는데도 큰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게 된다. 예를 들어, 짧은 성서구절을 매일매일 긴 시간 되풀이하면 그것이 가슴속으로 들어가 혼자서 그 기도가 자연히 되풀이 된다. 이것이 잠재의식의 기억 속에 저장되면, 이 새로운 테이프는 이미 저장된 테이프를 지워버리는 경향이 있다. 일상생활 속에서 평상시 잘못된 일을 만났을 때 분노하려고 하던 마음이 새롭게 저장된 테이프의 소리를 들으면서 분노의 마음을 잃게 되는데, 이것은 성령이 우리의 존재 속에 들어와 일하게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하나님에 대한 우리의 신뢰가 깊어지면 우리의 인격 속에 숨어있던 어두운 면을 인정할 능력이 우리 안에 생기게 된다. 다시 말해 내적 평화로부터 오는 안도감을 경험하면서 우리는 우리 인격의 어두운 면을 똑바로 바라보고 우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용기를 더욱 갖게 된다는 것이다. 좋은 정신치료자는 환자가 자신의 고통스런 내면을 상대할 능력이 생길 때까지 기다리는데, 하나님도 마찬가지이시다. 겸손과 신뢰가 깊어지면 인격의 어두운 면을 더 쉽게 인정하게 된다. 즉 관상기도로 해서 흘러나오는 깊은 평화가 우리의 정서적 장애를 털어내기 시작하면서 우리 인격의 어두운 부분이 우리의 자아 성찰 안으로 들어오게 되고 이러한 상처를 치유하는 힘을 얻게 되는 것이다.
또한 우리가 늘 하는 기도는 무조건적으로 사랑받고 수용된다는 느낌을 촉진시키고, 보다 큰 온전함에 소속되었다는 감정을 새롭게 하는 데에서 갈등과 외로움을 치유시키는 역동적인 힘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기도는 누미노즘의 경험에 대한 욕구, 존재에 대한 의미, 목적, 가치감에 대한 욕구, 그리고 삶에 대한 깊은 신뢰감과 관계에 대한 욕구를 만족시킨다. 이와 같이 종교적 영성은 내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로 하여금 깊은 무의식과의 만남을 통해 우리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를 가져오게 한다. 너무 글을 딱딱하게 쓴 것 같은 느낌은 있지만 우리의 신앙이 깊은 내면에서 하나님과의 친밀한 관계를 유지할 때 얻을 수 있는 영적, 심리적 유익이 놀랄 정도로 많음을 인식하면서 전인적인 건강이 이 글을 읽는 모든 이에게 함께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박노권 목사(목원대학교 총장)
[목회자칼럼] 영성의 치유 기능
입력 2015-06-10 14: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