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메르스 무서워요. 그래도 최선 다할게요” 간호사 글 감동

입력 2015-06-10 14:13

“솔직히 저도 두렵습니다. 하지만 제가 무서워하면 제 환자는 얼마나 더 무섭겠어요. 열심히 치료하고 간호해서 건강하게 퇴원시켜드릴 거니까 걱정 마시라고 한 번 더 웃어드립니다.”

병원 응급실에서 메르스와 사투를 벌이는 간호사가 남긴 글이 네티즌들을 감동시켰다. 자신도 두렵지만 환자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간호사의 다짐에 네티즌들은 박수를 보내고 있다.

10일 온라인 커뮤니티 ‘오늘의 유머’에는 자신을 응급실 간호사라고 밝힌 한 네티즌의 글이 올라왔다.

그는 메르스 위험에 노출된 상황을 먼저 전했다. 메르스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자신이 근무하는 병원도 곧 메르스가 덮칠 거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그는 “이미 퍼질대로 퍼졌고 이번주 안으로 우리 병원도 뚫릴 거라는 파트장 선생님 말씀에 소름이 쫙 끼쳤다”며 병원 내 감염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의료진들이 사투를 벌이는 건 메르스 뿐만이 아니었다. 두려움과도 싸워야 했다. 글쓴이는 “솔직히 말하면 무섭다. 정말 많이요”라며 안부를 걱정하는 가족들에게 늘 ‘괜찮다, 걱정 말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심정을 토로했다.

하지만 그는 환자가 우선이라며 마음을 다잡았다고 했다.

그는 “제가 무서워하면 제 환자는 얼마나 더 무섭겠나”라며 “열심히 치료하고 간호해서 건강하게 퇴원시켜드릴 거니까 걱정 마시라고 한 번 더 웃어드린다”고 썼다. 따뜻한 말 한마디가 가장 큰 보람이자 원동력이라며 “병원에 들르시는 분들은 의료진에게 격려의 한 마디 건네달라”고 당부했다.

메르스 공포에 맞서 자신보다 환자를 먼저 생각하는 간호사의 글은 많은 네티즌들의 마음을 울렸다. “괜스레 눈물이 핑 도네요” “몸 조심하시고 수고하세요” “힘내십시오. 늘 감사드립니다” “병원 관계자분들 모두 화이팅입니다” 등의 댓글이 줄을 이었다.

박상은 김상기 기자 pse0212@kmib.co.kr

다음은 ‘오늘의 유머’에 올라온 글 전문

저는 응급실 간호사입니다.

최근 메르스 바이러스 감염 확진자들 급증하면서 병원 여러 곳이 뚫렸네요.

그 병원 응급실도 환자 분류소에서 증상 가려가면서 환자를 받았겠지만 결국 이렇게 되었네요.

심지어 친구가 일하는 병원 중환자실에는 서울 삼성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적이 있으나 절대 아니라고 발뺌했던 환자의 감염 결과 확진이 나왔다고 합니다.

이미 퍼질대로 퍼져버렸고 이번주 안으로 우리 병원도 뚫릴 거라는 파트장 선생님의 말씀에 소름이 쫙 끼치더군요.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가 제일 신경 쓰고 있는 부분은 병원 내 감염을 최대한으로 막는 것입니다.

매 근무 끝날 때마다 스테이션과 환자 침대, 처치실 등 청소는 기본이고 손 위생과 마스크 착용 철저하게 지키고 있어요.

솔직히 말하면 무서워요. 정말 많이요.

매일 뉴스 보시고 엄마 아빠께서 전화하십니다. 몸조심하라고.. 힘들면 지금이라도 고향으로 내려오라고…

타지에서 혼자 고생하는 막내딸이 무척이나 걱정되시나 봐요.

늘 씩씩하게 괜찮다고, 손 잘 씻고 다니고 마스크도 잘 쓰고 다닌다고 걱정마시라 말하지만 가슴 한 켠엔 두려움이 남아있네요.

하지만 제가 무서워하면 제 환자는 얼마나 더 무섭겠어요.

열심히 치료하고 간호해서 건강하게 퇴원시켜드릴 거니까 걱정 마시라고 한 번 더 웃어드립니다.

의료진들의 속은 지금 말이 아닙니다.

혹여나 병원에 들르시는 분들은 의료진에게 격려의 한 마디 건네주시겠어요? 정말 굉장한 힘이 되고 하루 24시간이 보람차지며 ‘아 이 맛에 일하는구나’ 하면서 더욱 열심히 일하게 되는 원동력이 됩니다.

싱숭생숭한 마음에 잡소리가 많았네요.

여러분 항상 몸 건강히, 손 깨끗이 무탈하게 지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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