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 전문가 "통화 절하가 수출증대 효과 적어"

입력 2015-06-10 10:36
통화 가치 하락이 통상적으로 기대되는 만큼의 수출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칼린-블라드 데미안과 필리포 디 마우로 두 이코노미스트가 공동 작성해 9일(현지시간)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달러에 대한 유로 가치가 2014년 12월부터 지난 3월 중순까지 20% 하락했다. 하지만 유럽연합(EU) 회원국 가운데 10개국을 대상으로 2001∼2012년의 통화 가치 하락이 수출 증대에 얼마나 효과를 냈는지를 분석한 결과는 통념을 뒤집은 것으로 나타났다.

분석 결과, 유로 가치 하락에도 지난 1분기 역내 수출 증가세는 둔화했지만 수입은 증가 폭이 확대됐다. 보고서는 이런 결과에 대해 수출 경쟁력 제고에 시간이 걸리며 또 투입되는 비용도 많아서, 수출 기업이 통화 가치 하락의 혜택을 보기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반면, 통화 가치가 뛸 때는 기업이 판매를 유지하기 위해 가격을 조정하지 않고 상품과 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리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수출업계가 환율에 적응하기 위해) 가격보다는 (상품이나 서비스의) 질에 더 쉽게 손을 댄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통화 절하폭이 9%를 초과하거나, 절상 폭이 12%를 웃돌면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더 강해진다고 덧붙였다.

한편, 보고서는 ECB가 지난 1월 발표하고 3월부터 실행에 들어간 양적완화 효과가 애초 목표로 삼은 2% 인플레 목표치 달성보다는 유로 가치를 떨어뜨리는데 더 큰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