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가 9일 국립현대미술관장 공모를 진행한 결과 적격자가 없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에 미술계는 허탈감을 나타내는가 하면 일부에선 미술현장을 우롱하는 처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문체부는 지난 1월 28일부터 2월 9일까지 실시한 공고 및 접수, 서류심사와 면접에 이어 역량평가를 거쳐 최근까지 미술계 의견을 수렴한 뒤 적격자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는 책임운영기관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서 후보자 가운데 적격자가 없다고 판단될 경우 채용하지 않을 수 있다는 조항에 따른 것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미술관장은 적극성과 창의성, 쇄신 역량을 두루 갖춰야 할 자리”라며 “최선의 인사가 되도록 심사숙고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문체부는 인사혁신처와 협의를 거쳐 곧 재공모를 진행할 방침이다.
지난해 10월 정형민 관장이 학예연구사 부당 채용 파문으로 직위 해제된 후 올 들어 공모 절차가 진행됐다. 15명의 지원자 가운데 미술평론가 윤진섭씨와 경기도미술관장을 지낸 최효준씨가 최종 후보에 올랐다. 두 사람은 지난 4월 고위공무원 선정을 위한 역량평가를 받았지만 문체부는 두 달여가 지나도록 관장을 임명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미술계의 한 인사는 “공모제 절차를 거쳤는데도 이제 와서 적격자가 없어 재공모한다면 누가 신뢰를 하겠느냐”며 “문화예술계에 낙하산 인사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입맛에 맞는 사람을 임명하겠다는 의도로 오해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인사는 “뚜렷한 이유 없이 백지화하는 것은 나쁜 선례를 남길 수 있다”며 “미술계를 우롱하는 결정에 허탈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최종 후보자 중 1명이었던 최효준씨는 “이번 결과를 납득할 수 없고 수용할 수도 없다”며 “적임자가 없다는 이유에 대해 문체부는 근거 자료를 명확하게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
국립현대미술관장 재공모 미술계 허탈 우롱 등 반발
입력 2015-06-09 2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