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처음으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감염자 발생 병원 목록에 이름을 올린 서울 여의도성모병원에는 이날 내내 긴장감이 감돌았다. 방역 당국은 88번째 환자로 확진된 47세 남성이 지난달 28일 이 병원에서 장인인 6번째 환자(71·사망)와 접촉해 감염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여의도성모병원 본관 2층 출입문에는 메르스 증상이 있으면 원내로 진입하지 말고 바로 전화하라는 내용이 담긴 ‘메르스 의심환자 증상 알림요청’ 안내문이 나붙었다. 병원 안팎으로 통하는 본관 1층 셔틀버스 승·하차 출입구와 2층 정문에는 전날부터 손세정제가 놓인 테이블이 마련됐다. 외래진료시간인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5시 사이에는 마스크를 쓴 간호사들이 상주하면서 전자체온계로 체온을 잰다.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병원을 드나드는 의료진은 물론 방문자까지 자진해서 이곳을 거쳤다.
116석에 달하는 2층 로비 중앙 홀 대기의자는 10석도 채 차 있지 않았다. 전광판의 대기 인원은 오전 내내 0명을 가리켰다. 수납데스크 앞 첫줄에 앉아있던 A씨(82·여)는 “천식으로 고생하는 남편이 정기적으로 약을 지어가야 하는데 메르스 감염 고위험군이라 상대적으로 건강한 내가 왔다”고 말했다. 병원 측은 “건강보험관리공단에서 권한을 얻어 이날 오전 8시부터 내원 환자 전체를 대상으로 메르스 의심 여부를 조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메르스 관련 문의가 쇄도하면서 업무에도 차질이 생겼다. 본관 3층 호흡기 내과 창구에선 호흡기내과에 입원한 가족을 돌보고 있다는 여성 B씨가 메르스 관련 내용을 간호사에게 꼬치꼬치 캐묻고 있었다. 간호사는 “환자가 지금 우리 병원에 있는 게 아니니 안심하시라”고 B씨를 달랬다. 환자가 돌아서자마자 전화벨이 요란하게 울렸고 간호사는 수화기를 받아든 뒤 같은 말을 반복했다.
본관 2층 척추센터의 한 간호사는 “병원 책임을 물으며 화내거나 불안을 토로하는 항의전화를 간호사 9명이 오전 8시부터 오후 12시까지 한 사람당 10통 넘게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진료를 미루거나 취소하는 전화도 빗발쳤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병원 관계자는 “환자와 보호자들로부터 몇 호에 언제 누가 있었는지 확인해 달라는 항의전화가 쏟아지는 통에 10여년 병원 생활 동안 가장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여의도 성모병원 측은 “확진된 88번 환자가 6번 환자가 지난달 26일 서울아산병원에 들를 때부터 동행한 것으로 안다”며 “어느 단계에서 감염됐는지 단정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내놨다. 병원 관계자는 “6번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은 뒤 메르스 중환자실 환자 13명을 대상으로 두 차례 검사했는데 모두 음성으로 나왔고 자택 격리 후 모니터링 중인 의료진 41명 중에서도 증상을 보인 사람이 없다”고 설명했다.
전수민 고승혁 기자 suminism@kmib.co.kr
88번 확진자 다녀갔다 …여의도성모병원 “ 원내감염 아니다” 해명에도 내원객 뚝
입력 2015-06-09 2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