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가 올해 초부터 진행해온 국립현대미술관장의 공모 절차 진행 결과 적격 후보자가 나오지 않음에 따라 재공모를 추진하기로 했다. 문체부는 지난 1월 28일부터 2월 9일까지 실시한 공고 및 접수, 서류와 면접과 역량평가 등을 거쳐 최근까지 미술계 의견을 거친 뒤 이 같이 결론을 내렸다고 9일 밝혔다.
이는 책임운영기관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서 후보자 가운데 적격자가 없다고 판단될 경우 채용하지 않을 수 있다는 조항에 따른 것이다. 미술계에 따르면 최종 2배수 후보자에, 미술 기획 및 평론가인 윤진섭씨와 경기도 미술관장을 지낸 최효준씨 등 두 명이 압축된 것으로 알려져 왔다.
문체부 관계자는 "미술관장은 적극성과 창의성, 쇄신의 역량을 두루 갖춰야 할 자리라는 면에서 물밑으로 미술계 의견을 널리 수렴했다"며 "최선의 인사가 되도록 심사숙고한 결과"라고 말했다. 문체부는 인사혁신처와 협의를 거쳐 곧 재공모를 진행할 방침으로 전해졌다.
그간 공모 진행을 놓고 미술계 안팎에선 적격자 채용이 쉽지 않으리란 우려와 함께 공모제 자체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들도 적지 않았다. 김대중 전 정부 시절 만들어진 '책임운영기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미술관장 직위는 공모 절차를 의무적으로 거쳐야 하는 자리다.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지난해 11월 학예사 채용비리에 연루된 정형민 전 관장이 사실상 임기를 만료한 뒤 지난 8개월째 공석이다.
이에 대해 미술계는 허탈감과 함께 미술현장을 우롱하는 처사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해 가을 국립현대미술관장 직위해제라는 초유의 사태를 겪은 미술계에선 올들어 공모 절차가 진행됐는데도 이제껏 결과가 발표되지 않자 미확인 소문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인사혁신처가 올해 1월말 개방형 직위인 국립현대미술관장 모집을 공고한 뒤 미술계 인사, 전직 의원 등 15명이 응모했다. 자칭 '국립현대미술관 정상화를 위한 범미술행동 300'은 학연과 지연 등 특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사람을 비롯해 관장으로 선임되지 말아야 할 '10대 사양인물'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후 1차 심사에서 6명이 뽑혔고 3월 중반에 단색화를 비롯해 다양한 전시 기획을 하며 평론활동을 하는 윤진섭 씨, 경기도미술관장을 지내는 등 미술행정 방면으로 경험이 많은 최효준 씨로 압축됐다. 이들은 4월초 고위공무원 선정을 위한 역량평가를 받았지만 문체부는 이후 두 달여가 지나 공모 심사 결과 적격 후보자가 나오지 않아 재공모를 추진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미술계의 한 관계자는 "공모제라고 해서 관련 절차를 거쳤는데, 이제 와서 적격자가 없으니 재공모를 한다고 하면 누가 신뢰를 하겠느냐"며 "입맛에 맞는 사람을 임명하겠다는 의도로 오해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술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뚜렷한 이유 없이 백지화를 하는 것은 나쁜 선례를 남길 수 있다"며 "이번 결정에 허탈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문화예술계에 낙하산 인사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김종덕 장관이 홍익대 인사를 앉히기 위해 재공모를 추진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종 후보자 중 1명이었던 최효준 전 경기도미술관장은 "이번 결과를 납득할 수 없고 수용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최 전 관장은 “적임자가 없다는 말에 대해 문체부는 정확한 이유를 제대로 밝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
국립현대미술관장 “적격자 없다” 재공모 추진에 미술계 '허탈' '우롱' '무책임' 등 거센 반발
입력 2015-06-09 17: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