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에 갇힌 박 대통령… 대응미숙·경기침체·방미여론

입력 2015-06-09 22:30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확산으로 박근혜정부의 3년차 국정에 다시 한번 빨간불이 켜졌다. 메르스 첫 확진환자 발생 직후 정부가 안이한 대응으로 일관하면서 감염환자가 급증하자, 일각에선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운영 능력 자체에 대한 의문까지 제기하는 상황이다.

거기다 오는 14일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으로 출국하는 박 대통령의 ‘정상외교’ 일정에 대한 여론까지 호의적이지 않다. 전체 임기의 분수령을 넘는 중대한 시점에 박 대통령이 ‘메르스 사태’에 갇혀버렸다는 지적마저 나오는 형국이다.

박 대통령은 9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범국가적 총력대응 방침을 거듭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정부와 의료계를 포함한 국민 모두가 합심해 총력 대응해 나간다면 메르스를 빠른 시일 내에 종식시킬 수 있다”며 “국민 여러분도 마음이 불안하겠지만 과민하게 반응해 경제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협조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관계부처는 경제적 파장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모든 선제적인 조치를 취해주기를 바란다”고 지시했다. 철저한 방역과 차단·격리로 메르스 확산을 종식시키는 동시에 체감경기가 급속도로 냉각되는 상황을 최대한 방지하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미 메르스 발생지역의 실물경제는 직격탄을 맞았고, 각종 경제지표 역시 악화일로다. 박 대통령이 집권 3년차 최우선 국정과제로 삼았던 경제 활성화도 돌발악재에 막혀버린 셈이다.

특히 메르스 발생 초기 정부의 미숙한 대응, 컨트롤타워 혼선에 대한 비판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방미 일정을 예정대로 진행할지 말지를 선택해야 할 수 밖에 없게 됐다. 일단 청와대는 예정대로 일정 변경은 공식적으로 검토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야당은 물론 여권 내부에서도 “국민 생명과 안전에 직결되는 중대사안이 발생했는데 대통령이 외국에 나가는 것이 적절하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물론 이번 방미가 갖는 중요성을 고려하면 일정 연기는 있을 수 없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점증하는 북한 위협에 대한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확인하고, 이른바 미·일 신(新)밀월시대 구축과 중·일 관계개선 흐름에 맞춰 우리의 대외관계를 정립해야 할 ‘중대한’ 계기를 놓쳐서는 안 된다는 논리다. 청와대는 막판까지 메르스 상황과 여론을 지켜본 뒤 일정변경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정상회담은 예정대로 진행하되 휴스턴 방문은 생략하는 방안도 신중히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