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혼란합니다” 박근혜 칭찬 접한 언론인 반응

입력 2015-06-09 17:16

박근혜 대통령이 “신속한 언론 보도가 전염병 혼란 막았다”며 언론을 극찬했다. 몇몇 언론인들은 “메르스 때문에 혼란이 최고조인데…”라며 겸연쩍은 표정을 지어보였다.

박 대통령은 9일 세계과학기자대회 개막식 영상메시지에서 “전염병, 재난재해, 빈곤 등 인류가 직면한 과제를 해결하는데, 과학지식에 기반을 둔 정확하고 신속한 언론 보도가 불안과 혼란을 막고 문제 해결을 앞당기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을 전해들은 몇몇 기자들의 표정은 어두워졌다. 초기에 병원명을 보도하지 못하는 등 메르스 확산 방지를 위한 진실 보도를 하지 못한데다 메르스 확진자수가 95명으로 늘어난 데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했다는 자성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기자 A씨는 “정부가 병원명 비공개를 주장할 때, 선뜻 나서 병원명을 공개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며 “정부에서 괴담이라 일컫는 SNS를 통해 우리가 보도하지 못한 진실이 전달될 때, 언론인으로서 자괴감이 들었다”고 고개를 떨궜다.

박 대통령의 “전문적이고 복잡한 과학지식을 쉽게 전달하고, 과학자와 일반 대중을 연결하는 언론인의 역할이 중요해 지고 있다”는 말에도 쉽게 고개를 들지 못했다. 과학 보도는 인기가 없다. 대부분의 언론사에 과학 전문기자가 없고, 심층 보도 역시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한 기자는 “메르스 확산, 산업단지의 암 발병 문제 등 과학 지식이 필요한 취재거리가 많이 있지만, 하루하루의 이슈를 쫓느라 새롭고 과학적인 취재는 엄두도 못 내고 있다”며 “만약 최초 검진자가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지 않았다면, 우리나라가 메르스 발병국일까? 폐렴으로 앓는 환자 한 사람으로 남아있지 않았을까 하는 회의감이 매일 든다”고 털어놨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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