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활동가가 담배를 피우는 여성에게 성적 모욕감을 준 혐의로 입건됐다. 그는 경찰 조사를 받고 나온 지 약 5시간 만에 주거침입 혐의로 다시 경찰에 체포됐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흡연 여성을 성적으로 비하하는 취지의 말을 한 혐의(모욕)로 A씨(45)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9일 밝혔다.
A씨는 전날 오후 8시30분쯤 서울 용산구 용산역광장 앞에서 담배를 피우던 B씨(19) 등 여성 3명에게 “너희 담배 피우는 거 남자 펠라티오(구강성교) 해주는 것과 똑같다. 그게 남자 성기랑 같은 거야”라고 말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웃통과 신발을 벗은 채 목도리만 두르고 퍼포먼스를 하던 중이었다고 한다. 그는 “노숙인들과 술을 마시고 그들을 위한 퍼포먼스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A씨는 당시 자신을 쳐다본 B씨에게 다가가 “나를 아느냐. 왜 기분 나쁘게 쳐다보느냐”고 따졌다.
A씨는 경찰 조사를 받고 나오면서 만난 기자에게 “그 여자가 일본산 담배를 피우고 있었는데 나는 일본과 담배 피우는 여성에 대한 혐오가 있어 참지 못하고 욕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B씨 등이 자신에게도 욕설을 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행인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에게 “내가 인터넷에 검색하면 나오는 사람이야”라며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세월호 침몰 사태 직후 사건 현장인 경남 진도에서 자원봉사자로 활동하며 언론과 인터뷰를 했었다. 주간지 ‘한겨레21’ 독자편집위원, 인터넷매체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한 적도 있다.
A씨는 기자에게 “경찰이 체포 과정에서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지 않았다. 그 사실을 지적하자 파출소 입구에서야 고지했다”고 주장했다. 왼손과 목 왼쪽에 난 각각 1㎝, 2㎝가량의 상처를 보여주며 “체포 과정에서 경찰의 과잉대응으로 입은 상처”라고 했다. 그는 “벌금 6만~7만원으로 끝날 문제를 경찰이 모욕 혐의를 적용해 (죄를) 100배 키웠다”며 “나의 반격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미란다원칙 고지는 현장에서 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현장에서 반항이 거센 경우 2차적으로 파출소에서 하는 것도 가능하다”며 “규정에 어긋난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과잉대응 의혹에 대해서는 “피의자의 일방적 주장일 뿐”이라며 “과잉대응을 당했다면 (당사자가) 합당한 절차를 밟아 이의제기를 하면 되고 우리는 거기에 맞춰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A씨는 9일 오전 5시13분쯤 용산구 청파로 도로공사현장 옆 유지보수창고 마당에 들어간 혐의(주거침입)로 다시 경찰에 붙잡혔다. 모욕 혐의로 조사를 받고 경찰서에서 나온 지 약 5시간 만이다.
열린 철문으로 들어간 그는 의자에 걸려 있던 안전조끼를 입고 있다가 공사장 인부에게 발각됐다. A씨는 “고양이를 쫓아 들어간 것이지 뭘 훔치러 들어간 건 아니다”라고 진술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홍석호 기자 will@kmib.co.kr
진보활동가, 흡연여성에게 성적모욕 “담배는 남자 성기랑…”
입력 2015-06-09 1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