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의 확산으로 전 국민이 막연한 공포에 휩싸여있습니다. 예방백신이나 치료약이 없어 개인위생만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인터넷상에 올라온 글이 많은 이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9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어제 퇴근길이었습니다’란 제목의 글이 게재됐습니다.
출처를 ‘사소한 배려에서 사람다움을 유지할 수 있고. 나만 생각하는 이기심에서 비인간적인 행동이 발현된다’라고 밝힌 글쓴이 A씨는 출처에서 그가 하고 싶은 말을 함축해 놓은 듯했습니다.
A씨는 삼성 서울병원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근무하는 30대 직장인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자신은 젊기에 감염돼도 어느 정도 앓다가 완치될 것이란 믿음을 갖고 있지만 주변사람들은 자신할 수 있는 건강 상황이 아니어서 메르스가 멀게만 느껴지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는 “저희 어머니만 해도 60대이시고, 호흡기 질환에서 자유로운 분은 아닙니다”라며 “꼭 어머니만 아니어도 호흡기가 약하다거나, 지나다니면서 마주치는 많은 분들은 어느 정도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A씨는 자신보다는 주변에 위협을 가할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마스크를 쓴다고 했습니다.
A씨는 어제 회사에서도 1인당 1매씩, 표준규격 마스크를 지급해주었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퇴근길 회사에서 근무하는 경비 선생님(A씨 인성을 드러내는 표현이므로 그대로 옮김)과 평소처럼 인사를 나누는데, 그 분에게는 마스크가 없음을 발견했습니다.
A씨가 “마스크 지급 안 받으셨어요?”라고 묻자 경비 선생님에게서 “아유… 아직 우리 같은 사람들한테는 그런 거 없어요…”라는 씁쓸한 대답이 되돌아왔습니다.
순간 A씨는 아찔함과 함께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경비 선생님은 이미 은퇴하실 나이에 누구보다 먼저 조심해야하고 더 많은 사람들과 접촉해 위험에 노출된 분이었기 때문입니다.
A씨는 두 번 생각지 않고 지급받은 마스크를 건넸습니다.
경비 선생님에게 가볍게 목례를 하고, 그는 자신이 준비한 마스크를 썼습니다.
최근 강남구 보건소장은 고작 치사율 5% 내외의 병을 가지고 뭘 그러느냐고 말했습니다.
그런 보건소장에게 A씨는 “당신 가족이 그 5%에 들어가면 어떻게 할 거냐”라고 되묻고 싶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A씨는 “누군가에게는 사망자 1명이 단순한 수치일지 모르지만, 그게 내 가족, 내 친구, 나 자신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라며 “내가 안전한 상태라고 해서 안전하지 않은 다른 사람을 배려하지 않는 이기심이 온당하다고 보지는 않습니다”라는 말로 마무리했습니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저희 아파트 경비아저씨도 마스크를 안 하고 계셔서 여쭤보니, 마스크를 하면 주민분들이 싫어한다고 하시네요. 불안감 조성한다고요” “완전 이기적으로 생각한다고 해도 저런 분이 더 약하니까 발병 가능성이 더 높고, 걸리게 되면 우리 주변에 병원체가 하나 늘어나는건데, 차별적인 지급은 무슨 생각이니…” “‘우리 같은 사람에겐 그런 거 없어요’ 이 말이 현실에선 갑이 을인 약자들에게 행하는 폭력입니다. 약자를 먼저 보호하고 그들이 안전하게 살아가야 하는 사회가 돼야 합니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호응을 보냈습니다.
최영경 기자 ykchoi@kmib.co.kr
고작 치사율 5%? 걸렸을 때 생사 확률은 50 vs 50…상식적인 생각과 행동이 비상식이 되는 세상
입력 2015-06-09 1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