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법원 “예루살렘 출생 아기 ‘이스라엘’ 표기 안 된다”

입력 2015-06-09 16:19

예루살렘에서 태어난 미국인 부부의 아기 출생지를 ‘이스라엘’로 기재할 수 있도록 한 외교관계인증법이 위헌이라는 미국 대법원 결정이 나왔다.

대법원은 8일(현지시간) 예루살렘에서 태어난 아기의 여권에 이스라엘에서 태어났다는 표기를 할 수 있도록 한 지난 2002년 ‘외교관계인증법’에 대해 6대3으로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앞서 미국 출신의 애리·나오미 지보토프스키 부부는 텔아비브 주재 미국 대사관에서 아들(2002년생)의 출생지가 ‘예루살렘’으로 기재되고 국가이름은 적히지 않은 여권을 받자 2003년 미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국무부가 2002년 의회에서 통과된 외교관계인증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이 법은 미국 공식문서에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표기하도록 한 조항이 포함돼 있다.

이 법에 따라 예루살렘에서 태어난 아기의 국적란을 ‘이스라엘’로 해야 한다고 원고는 주장했다.

당시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세출 법안의 부속 법안으로 통과한 이 법안에 서명했지만, 예루살렘에 관한 조항은 대통령의 헌법 권한을 간섭하는 것이기 때문에 지키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도 예루살렘 관련 조항에 반대, 지금까지 이를 따르지 않고있다.

이스라엘은 1967년 6일 전쟁 승리 이후 예루살렘을 지배하고 있지만, 팔레스타인은 점령지로 주장하며 미래 독립 국가의 수도로 삼길 원하고 있다. 미국은 어느 쪽의 입장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다수의견을 낸 앤서니 케네디 대법관은 “예루살렘의 정치적 위상은 미국 외교정책에서 가장 민감한 사안이자 현 국제관계에서도 가장 까다로운 문제”라며 “우리 헌법은 대통령에게 국가의 입장을 결정하는 전권을 부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의회도 미국의 외교 정책을 관리할 역할이 있지만 외국 정부와 국가를 인정하는 역할은 없다”고 지적하고 “이런 문제에 대해 한 국가는 하나의 목소리를 내야하며 그 목소리는 대통령의 것”이라고 밝혔다.

제프리 래스키 국무부 대변인은 “이번 결정은 오랫동안 행해진 외교 정책에 대한 대통령의 권한을 확인한 것”이라며 조심스럽게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한편 지브 엘킨 이스라엘 이민통합부 장관은 “예루살렘은 이스라엘 땅의 중심이고 이스라엘의 영원한 수도”라며 미국 정부가 이 단순한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팔레이스타인해방기구(PLO)는 “고무적인 결정”이라며 환영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