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밝혀진 ‘친일 행적’… 독립유공자 서훈 취소된 허영호씨 서훈 취소 적법

입력 2015-06-09 14:25

뒤늦게 친일행적이 밝혀진 허영호 초대 동국대학 학장에 대한 독립유공자 서훈 취소는 적법하다는 법원 판결이 내려졌다. 서울고법 행정3부(부장판사 정형식)는 허씨의 유족이 “독립유공자 서훈 취소 결정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국가보훈처장을 상대로 낸 소송의 파기 환송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9일 밝혔다.

허씨는 1919년 3월 부산 동래장터에서 독립만세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일제에 체포돼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옥고를 치른 공적이 인정돼 1990년 건국훈장 애족장이 추서됐다.

그러나 허씨는 1937년 이후 불교잡지인 ‘불교신’ ‘금강저널’에 일제의 내선일체 주장을 옹호하고 침략전쟁을 지지하는 글을 여러 차례 기고했다. 이로 인해 2009년 11월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가 발표한 1005명의 친일행위자 명단과 같은 해 민족문제연구소가 발간한 친일인명사전의 4389명 안에 포함됐다.

국가보훈처는 2010년 11월 허씨의 서훈 취소를 결정하고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이듬해 4월 유족에게 문서로 통보했다. 유족은 “허 선생의 행적이 서훈 취소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소송을 냈다.

1·2심은 “서훈 취소권이 대통령에게 있다”며 “국가보훈처장의 통보는 권한 없는 행위에 불과하다”고 보고 서훈 취소 처분을 무효로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대통령의 최종 결재가 대외적으로 표시돼 서훈 취소 처분의 효력이 발생했다”며 원심을 파기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서훈이 수여될 당시 드러나지 않았던 친일행적이 밝혀졌으므로 망인의 행적이 서훈 취소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은 이유 없다”며 “허씨의 유족이 제출한 소명자료가 서훈 취소 심의에 반영됐으므로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도 볼 수 없다”며 유족의 청구를 기각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