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첫 주말 성적은 영화 흥행을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다. 관객의 관심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극장 상영관 배정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첫 주말에 사활을 건다.
지난 4일 개봉한 영화 ‘은밀한 유혹’엔 벌써 먹구름이 꼈다. 주말을 넘긴 8일 누적관객수가 9만5895명(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7일 집계)이다. 배우 임수정(37)이 3년 만에 내놓은 복귀작, 그리고 요즘 ‘핫’한 스타 유연석(31)이 출연한 기대작이다. 일 관객수 3만을 넘지 못하는 부진은 의아하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여파로 극장을 찾는 발길이 뜸해진 탓일 수 있다. 그러나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샌 안드레아스’는 7일 하루 25만7912명이다. 지난달 14일과 21일에 개봉한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와 ‘스파이’는 꾸준한 강세다. 야심 차게 출사표를 던진 ‘은밀한 유혹’은 왠지 더 초라하다.
예견된 일일지 모른다. 지난달 28일 열린 언론시사회 이후 혹평이 이어졌다. 기대가 컸기에 실망이 더 컸을까. 리뷰엔 “2시간짜리 아침드라마 같다” “중간 중간 헛웃음이 난다”는 평이 잇따랐다.
이유는 영화에 있다. 신데렐라 스토리라는 진부한 소재에 물음표가 찍혔다. 배경을 마카오로 옮기는 묘수를 택했으나 그뿐이다. 색다르고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국적인 분위기를 내기 위해 발탁된 외국인 조연도 돋보이지 않는다.
사채 빚에 시달리던 지연(임수정)이 카지노 재벌(이경영)의 아들이자 비서인 성열(유연석)을 만나 솔깃한 제안을 받는다는 설정은 흥미를 끌만하다. 그런데 치밀하지 않은 만듦새는 완성도를 떨어뜨렸다.
아직도 궁금하다. 이경영은 대체 왜 임수정에게 빠진 걸까. 극 전개에 중요한 전환점인 이 부분이 명확히 설명되지 않으니 관객은 ‘벙찔’ 수밖에 없다. 이경영이 진지하게 프러포즈하는 장면에서 실소가 터진 건 그래서다. 더 안타까운 건 공 들인 반전마저 뻔했다는 점이다.
배우들은 캐릭터에 걸 맞는 연기를 소화했다. 임수정은 답답하고 유약한 캐릭터를 사랑스럽게 표현했다. 유연석은 칠봉이 이미지를 내던지고 ‘은밀한 유혹’에 뛰어들었다. 이 도전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어떤 여성 관객들은 극에 등장하는 유연석의 다이빙신을 보기 위해 영화를 보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 수가 손익분기점(200만명)을 넘길 수 있을까?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임수정·유연석의 ‘은밀한 유혹’은 왜 실패했나
입력 2015-06-09 0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