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들이 정부의 ‘아몰랑 메르스’ 어록을 연일 곱씹고 있다.
메르스와 관련된 정부 발표가 한치 앞을 예상하지 못했고, 앞뒤가 맞지 않아 황당함 마저 줬기 때문이다. 네티즌들은 무지와 비논리, 무책임을 뜻하는 인터넷 용어 ‘아몰랑(아, 모르겠다)’과 뭐가 다르냐며 “‘아몰랑 메르스’ 어록은 통제 밖 메르스 사태를 보여주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아몰랑 메르스’ 어록은 메르스 방역과 관리를 담당하는 보건복지부에서 가장 많이 나왔다.
문형표 복지부 장관과 김우주 대한감염학회장은 지난달 31일 “지금까지 메르스 3차 감염 없다”고 자신했다. 첫 환자와 직, 간접적으로 연관돼 감염이 된 3차 감염자가 없으니 과도한 공포심을 갖지 말라는 취지에서 나온 발언이었다.
그러나 이틀 뒤인 지난 2일 3차 감염자가 나왔다.
복지부는 바로 “지역사회로의 확산은 아니다”며 국민을 안심시켰다. 그러면서도 의료기관 내 감염이기 때문에 지역 사회로 확산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메르스 거점 병원을 방문하고 각 지역으로 돌아간 사람들이 확진 판정을 받는 등 지역 사회 확산이 우려된다.
복지부는 메르스 병원명 공개 방침도 번복했다. 문 장관은 지난 2일 “병원명 미공개에 따른 고민의 많은 우려들은 조금도 근거가 없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병원명 공개를 거부했다.
그러나 7일 메르스 의심, 확진 환자들이 다녀간 병원명 24곳을 공개한 데 이어 8일 병원 5곳을 추가 공개했다.
마스크 착용에 대한 앞뒤가 다른 설명도 문제가 됐다. 문 장관은 2일 건강한 사람은 굳이 마스크를 쓸 필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복지부는 4일 “2m 이내 기침 통해 전염된다. 기침을 할 때 입과 코를 휴지로 가리고 하는 기침 에티켓을 지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마스크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표를 했다. 또 문 장관은 과거 한 메르스 관련 공식 일정에서 마스크를 쓴 모습이 포착돼 비난을 받았다.
박근혜 대통령의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메르스 발언도 덩달아 주목받고 있다.
박 대통령은 3일 메르스 대응 민관합동 긴급점검회의에서 “그동안 여러 문제점들에 대해, 또 국민 불안 속에서 어떻게 확실하게 대처 방안을 마련할지 이런 것을 정부가 밝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네티즌들은 “한번 읽어서는 도저히 이해하기 안 간다”고 투덜댔다. 또 책임자인 자신을 마치 먼 존재인 것처럼 말하는 ‘유체이탈화법’에 해당한다며 “박근혜 정부는 왜 문제의 원인을 안 밝히는 거죠? 박 대통령이 방안을 강구하라고 했는데 말이죠”라며 비꼬았다.
또 5일 국가지정 격리 병원인 국립중앙의료원을 방문해 “여기 계시다가 건강하게 다시 나갔다는 것은 다른 환자들도 다 정성을 다하면 된다는 것이죠”라고 말한 것도 해석이 불가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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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나도 모르겠다” 정부의 아몰랑 어록 ‘혼란’
입력 2015-06-09 00:15 수정 2015-06-09 15: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