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섯 철거민 소년과 스무 살 의경, 두 젊은이의 법이 외면한 죽음을 둘러싼 청구액 100원짜리 국가배상청구소송의 법정 공방을 그린 영화 <소수의견>에서, 소송의 출발점이 되는 죽은 두 아들의 아버지로 신뢰감을 더하는 중견 배우 이경영과 장광이 출연해 눈길을 끈다.
아들을 잃은 두 아버지가 있다. 그러나 한 사람은 아들을 잃은 피해자 이전에 경찰을 죽인 가해자로 법정에서 피고석에 서고, 또 한 사람은 경찰인 자기 아들을 죽인 또 한 명의 아버지의 재판을 지켜본다. [미생]의 상무, <신세계>의 기업형 조직 보스, <군도:민란의 시대>의 정신적 지주 땡추, <해적:바다로 간 산적>에서 두목 등 주로 카리스마 있는 지도자를 연기했던 이경영은 <소수의견>에서 정당한 보상 없이 자행된 강제철거에 맞서 1년 째 장기 항전 중인 철거민으로 분해 가장 낮은 곳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인물로 변신했다.
아들을 억울하게 잃은 피해자이자, 살인사건의 가해자라는 이중의 입장으로 쉽지 않은 캐릭터. 게다가 <소수의견>의 출발점이 되는 인물인 박재호 역을 위해 이경영은 삭발을 감행, 시위 현장에서 구릿빛으로 그을린 얼굴, 그리고 얼굴에 새겨진 주름까지, 인물이 살아온 쉽지 않은 세월을 이미지 그 자체로 대변한다.
생존이라는 최소한의 권리를 위해 화염병을 드는 투사지만 그 이전에 살인적인 진압에 맞서 열여섯 어린 아들을 보호하는 아버지, 그리고 법정구속 이후 “난 아들을 구하려고 한죄 밖에 없소”라는 한 마디로 국선 변호인의 각성을 이끌어 내는 이경영의 입체적 연기는 영화 <소수의견>이 법정드라마 이전에 아버지의 진심이 살아있는 영화임을 설득력 있게 전한다.
죽은 의경의 아버지 역을 맡은 장광은 <도가니>의 두 얼굴을 가진 자애원 원장, <26년>의 독재자 등 강렬한 가해자 캐릭터와는 180도 다른, 청계천 주물 공장을 경영하는 영세 자영업자로 하루 아침에 스무 살 아들이 죽어버리는 피해자로 변신했다.
아들이 죽었음에도 분노를 겉으로 드러내기보다는 슬픔을 속으로 삭이는, 말수 적은 아버지로 분한 장광은 겉으로 드러내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슬픔이 더 와 닿게 하는 마음 아픈 부성을 연기했다. 피고석에 선 이경영, 그리고 아들을 죽인 범인의 재판을 지켜보는 장광. 엇갈린 입장이지만 하루아침에 젊은 아들을 잃은 아버지라는 점은 똑같다.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
이경영과 장광 아버지의 이름으로 실감나는 부성애를 연기하다 ‘소수의견’ 열연
입력 2015-06-08 17: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