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경택 감독 “극비수사는 인정에 관한 이야기다. 1978년 실화 사건 자체가 아니다”

입력 2015-06-08 16:48
1978년 부산 재력가 집안의 어린 딸이 납치되고 부모의 요청으로 관할서 밖의 형사 공길용(김윤석)이 투입된다. 아이 엄마는 점집을 전전하다가 아이가 살아있다고 유일하게 말한 도사 김중산(유해진)의 말을 공 형사에게 전하고 둘은 기묘한 협력 관계를 형성한다.

18일 개봉을 앞둔 ‘극비수사’는 형사와 도사라는 두 실존인물이 겪은 실화를 영화적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곽경택 감독은 ‘친구 2’ 대본 작업 중 취재를 위해 만난 공 형사로부터 신문 보도 이면의 이야기를 듣게 되고 이를 열두 번째 연출 작품으로 삼았다.

곽 감독은 8일 서울 왕십리 CGV에서 시사회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미 알려진 실화라 상업영화로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을 많이 받았다”며 “결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사건 자체가 아니라고 주변을 설득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스크린을 통해 관객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이 사건의 개요가 아니다. 영화를 보고 나서 실제 사건과 인물들이 궁금해질 수도 있겠다. 감독이 관객에게 궁극적으로 들려주고자 하는 이야기는 인정(人情)과 인정(認定) 두 가지 ‘인정’에 관한 이야기다.

형사 공길용은 새끼를 잃을 위기에 처한 어미의 눈빛을 보고 휘말리지 않아도 될 사건에 자진해 뛰어든다. 주인공을 움직인 힘은 바로 ‘인지상정’이기 때문이다. 이런 ‘인정’이란 사람 냄새이자 곽 감독 특유의 목소리이기도 하다.

영화 후반부는 공을 세우고도 인정받지 못한 인물들을 통해 사회 부조리를 축약해 보여준다. 이를 ‘진정 인정받는 것이 무엇이냐’는 반문으로 부드럽게 마무리해 나가는 곽 감독의 화법은 조직과 사회의 습성에는 달라진 게 없지 않느냐는 의문을 남긴다.

곽 감독은 “영화의 뒷부분이 좀 뚱뚱하다는 지적도 많이 받았다”며 “그러나 아이를 살리려 30년 전 열심히 뛰고도 그 공을 가슴 깊이 숨겨둔 두 분의 이야기를 하고 싶기에 끝까지 유지했다”고 소개했다.

곽 감독은 “친구처럼 자극적인 요소를 쓸 수 없기 때문에 정통적인 내레이션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그래서 관객에게는 미술적인 요소로 볼거리를 제공하는 데 공을 들였다”고 설명했다.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