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현지시간) 치러진 터키 총선에서 집권 정의개발당(AKP)이 13년 만에 과반의석 확보에 실패했다. 터키 내 소수민족인 쿠르드계를 대변하는 인민민주당(HDP)은 원내 진출에 성공했다. 이런 결과에 대해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는 8일 “터키 현대 정치사에 핵폭발적인 사건에 비견할만하다”고 평가했다.
터키 아나돌루 통신 등에 따르면 개표율 99.4% 상황에서 AKP는 40.8%를 득표했다. 터키는 100% 비례대표제인데, AKP는 이로써 전체 의석 550석 중 과반(276석)에 못미치는 259석만 갖게 됐다. 이어 공화인민당(CHP) 25.1%, 민족주의행동당(MHP) 16.4%, HDP 12.8% 등으로 집계됐다.
HDP는 의석을 받을 수 있는 최저 득표율인 10%를 넘겨 78석을 확보하며 제도권 내로 진입했다. 터키는 10% 미만 정당 득표의 경우 사표로 처리해 1위 정당에 의석을 배정한다. 결과적으로 HDP의 예상 밖 선전으로 AKP가 과반 의석에 실패한 셈이 됐다.
창당한 지 3년이 채 안 되는 HDP는 터키 내 무장 반군인 쿠르드노동자당(PKK)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정당이다. 하지만 HDP는 쿠드드족 정당임을 표방하면서도 비폭력을 호소하고 있고, 터키 내 다른 소수민족이나 여성, 노동자 등을 옹호하는 정책으로 ‘범 진보진영’의 지지를 얻으면서 제4당으로 부상하게 됐다.
HDP의 셀라하틴 데미르타시(42) 대표는 원내 진출 확정 뒤 “지금부터 HDP는 터키의 정당이고, 터키가 곧 HDP”라고 ‘제도권 내 역할’을 강조했다. 외신들은 지난 30년 간 터키 정부군과 반군 간의 충돌로 4만명 이상이 숨진 사실을 언급하며 데미르타시의 평화 중재자로서의 역할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반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창당한 AKP는 2002년 이후 13년 간 단독정부로 군림해오다 이번 총선에서 과반의석 실패로 연립정부를 구성해야 할 처지다. 현재 3개 야당이 모두 AKP와의 연정을 거부해 조기총선 가능성도 제기된다.
무엇보다 에르도안이 큰 타격을 입게 됐다. 11년간 총리를 해오던 그는 지난해 갑자기 대통령제를 도입해 대선을 치른 뒤 대통령이 됐다. 하지만 헌법상 여전히 총리에게 주요 권한이 남아 있어 이번에 총선에서 승리하면 강력한 대통령제로 개헌을 하려 했었다. 이 개헌이 물건너간 것은 물론 그 스스로도 정치적 타격을 입게 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에르도안의 지나친 권위주의적인 통치와 부패 스캔들 때문에 지지층마저 고개를 돌렸다”고 분석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터키, 쿠르드족 정당 선전으로 집권당 과반 실패
입력 2015-06-08 16: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