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러시아월드컵을 향한 ‘슈틸리케호’의 도전이 시작됐다. 한국 축구는 1986 멕시코월드컵부터 8회 연속 본선에 진출했다. 이제 울리 슈틸리케 감독 체제에서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도전한다. 한국(FIFA 랭킹 58위)은 아시아지역 2차 예선에서 쿠웨이트(125위), 라오스(175위), 레바논(135위), 미얀마(143위)와 함께 G조에 편성됐다. G조에서 독보적인 1강인 한국은 무난히 2차 예선을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최종 예선과 본선을 위해 이제부터는 ‘슈틸리케 축구’가 나와야 한다.
‘슈틸리케호’의 태극전사 23명은 8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말레이시아로 출국했다. 쿠알라룸푸르 인근 샤알람에서 여장을 푼 태극전사들은 11일 아랍에미리트(UAE·73위)와의 평가전을 갖는다. 이어 12일 태국 방콕으로 건너가 16일 미얀마와의 아시아지역 2차 예선 첫 경기에 나선다. ‘슈틸리케호’가 이번 동남아 2연전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 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FIFA 랭킹 1위 독일은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독특한 팀 컬러를 보여 주며 정상에 올랐다. 스페인처럼 점유율을 우선으로 두면서 상황에 맞는 축구를 한 것이다. 독일은 경기 주도권을 내주더라도 탄탄한 수비를 바탕으로 역습을 시도해 상대를 주저앉혔다.
그러나 슈틸리케 감독은 그동안 이렇다 할 특징을 보여 주지 못했다. 강한 체력을 중시하는 정통 스타일도 아니었고, 공간과 압박을 강조하는 축구를 구사한 것도 아니었다. 그나마 2015 호주아시안컵을 통해 지지 않는 끈끈한 ‘한국형 늪축구’를 보여 줬을 따름이다. ‘슈틸리케호’의 궁극적인 목표는 러시아월드컵 본선이다. ‘한국형 늪축구’로 세계축구의 벽을 넘을 순 없다. 2차 예선 상대들이 강하지 않기 때문에 슈틸리케 감독은 실전을 통해 자신의 축구를 만들어 갈 수 있는 기회를 잡은 셈이다.
2차 예선은 내년 3월까지 이어지는 장기 레이스다. 당연히 돌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대비해 슈틸리케 감독은 여유가 있을 때 숨은 보석을 발굴해야 한다. 해외파들이 기초군사훈련과 부상으로 대거 빠진 이번 원정이 좋은 기회다. 강수일(제주 유나이티드)을 비롯해 최보경(전북 현대), 정동호(울산 현대), 정우영(빗셀 고베) 등 새 얼굴들 중에서 누가 숨은 보석인지 지켜보는 것도 동남아 2연전의 관전 포인트다.
슈틸리케 감독은 출국 전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메르스 사태 등) 국가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승리를 통해 국민들에게 기쁨을 주도록 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이어 “때로 남의 불운이 대표팀에 합류할 기회가 되기 때문에 항상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며 “처음 대표팀에 들어온 선수들은 앞으로 계속 뽑힐 수 있도록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슈틸리케호’에 처음 승선한 다문화 태극전사 강수일은 “꿈에 한 발 다가온 것 같다”며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찬스가 오면 반드시 잡을 것”이라고 의지를 다졌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슈틸리케호 도전이 시작됐다…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 시동
입력 2015-06-08 16:55 수정 2015-06-08 1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