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유럽투어 첫 우승에 대해 안재형 탁구 남자국가대표팀 코치는 “솔직히 이렇게 빨리 할 줄은 기대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아들에게 “올해는 1부 투어 첫해이니 무리하지 말고 시드만 유지하자”고 주문했다. 하지만 올해 전문 캐디에게 맡긴 뒤 우승하자 “진작 그럴 걸”하고 후회도 됐다고 했다.
안 코치는 아들에게 골프 기술에 관한 한 어떤 지도도 하지 않았다. 골프 스윙이나 퍼팅 라인 읽는 것은 아들이 훨씬 나았다. 그는 “한번은 까다로운 퍼팅 라인을 고심하길래 반대로 조언했다가 아들한테 엄청난 원망을 들었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아들이 투어 생활 도중 힘들어 할 때 채근하지 않고 그저 말없이 지켜봤다. 안병훈도 “아버지로부터 인내하는 법을 배웠다”고 말할 정도였다. 운동선수에게 꼭 필요한 승부욕도 부모가 물려줬다. 특히 직선적이고 공격적인 성향은 어머니 자오즈민을 빼다 박았다.
그는 “병훈이가 지금은 안 그렇지만 샷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클럽을 내던지며 화풀이를 한다. 그런 것은 엄마를 꼭 닮았다”고 귀띔했다.
부모가 탁구 올림픽 메달리스트이지만 아들은 탁구에는 소질이 없었다. 어릴 때부터 덩치는 또래보다 컸지만 먹성이 좋아 체중이 많이 나갔다. 여러 운동을 시켰지만 초등학교 1년 무렵인 1998년 아버지를 따라간 골프연습장에서 스윙을 곧잘 했다. 왼손잡이인 안병훈이 골프는 오른손잡이로 치는 것은 아버지의 골프채를 빌려 입문했기 때문이다. 초등학생 시절 남서울골프장에서 당시 헤드프로로 일했던 최상호의 지도를 받기도 했다.
미국으로 조기 유학을 떠난 안병훈은 세계적인 레드베터 아카데미에서 선진 골프를 배웠다. 레드베터는 안병훈이 우승한 BMW PGA챔피언십 경기장을 찾아 대회 중간 퍼팅을 지도하며 어린 제자의 우승을 곁에서 지켜봤다.
안재형·자오즈민 커플의 아들이 비중 있는 대회에서 우승하자 중국 언론도 큰 관심을 보였다.
펑파이 신문은 “한국 탁구 챔피언과 결혼한 자오즈민을 기억하는가? 그녀의 아들은 한국 골프의 영웅이 됐다”고 보도했다. 오리엔탈 모닝 포스트 역시 “자오즈민의 아들은 한국 골프의 자존심이 됐다”는 헤드라인 기사에서 이 커플의 과거 활약상을 조망했다.
자오즈민의 아들이 골프로 성공가도를 달리자 중국 탁구선수 출신 가운데 자녀에게 골프를 가르치는 사례도 많아졌다. 중국 탁구 감독 류궈량도 최근 안 코치를 만난 자리에서 “딸에게 골프를 시키고 있다”고 자랑했다.
서완석 체육전문기자 wssuh@kmib.co.kr
온라인편집=김철오 기자
한국 탁구 챔피언, 자오즈민의 남편, 그리고 지금은… “골프 챔피언 안병훈의 아버지”
입력 2015-06-08 10: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