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환자가 거쳐 간 병원 24곳이 공개됐다.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면서 선택과 판단의 가능성이 열렸다. 이 24곳 병원에는 가지 말아야 하는 것일까. 이미 다녀왔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걸까.
병원 공개는 ‘피해야 할 곳’을 알려주는 게 아니라 ‘메르스 환자와 접촉해 혹시 감염됐을지 모를 의심환자를 찾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따라서 이 병원들을 기피 대상으로 받아들이는 건 올바른 대응이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예를 들어 삼성서울병원에 예약된 환자가 있다면 예정대로 진료를 받는 게 좋다. 실제로 암 환자 김모(57)씨는 조만간 삼성서울병원에서 암수술을 앞두고 있다. 정부의 병원 명단 공개로 지금 예약된 진료를 미뤄야 할지, 수술병원을 바꿔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현명한 선택은 예정대로 진료와 수술을 받는 것이다.
한림대 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는 “삼성서울병원에서 환자가 많이 나왔지만 응급실에서만 발생했고 이미 1주일 이상 지나면서 진료가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삼성서울병원이나 서울아산병원처럼 대형병원에서 중요한 치료가 예약된 경우에는 진료를 피하는 게 더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미 메르스 바이러스에 노출된 분들의 건강을 우려해 공개한 것인 만큼 해당 의료기관을 피할 이유가 없다.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치지 않는 게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정부도 24곳 병원이 기피 대상인 것은 결코 아니라고 강조했다. 최경환 국무총리 직무대행은 7일 브리핑에서 “환자가 단순히 경유한 18개 의료기관은 감염 우려가 사실상 없는 병원”이라며 “그 병원에 갔다간 감염된다고 인식하지 않도록 해 달라”고 말했다.
정부는 환자가 1명씩 나온 의료기관 2곳도 감염 우려가 없다고 단언했다. 메르스 환자가 3명 이상 나온 의료기관 4곳 역시 기피 대상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환자가 가장 많이 나온 평택성모병원은 지난달 29일 이미 폐쇄돼 방문 자체가 안 된다. 삼성서울병원은 환자가 나온 응급실만 신규 응급환자를 받지 않는 선에서 제한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대전건양대병원(환자 5명 발생)이나 대전대청병원(3명)도 현재 위험한 상태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바이러스가 체내에서 밖으로 나왔을 때 활동하는 기간이 최대 48시간”이라며 “바이러스가 살아 있는 동안 해당 병원에 머물렀던 게 아니라면 감염 우려는 없다고 봐도 좋다”고 말했다. 이미 메르스 환자가 거쳐 간 의료기관은 현재 시점에서는 위험 지역이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메르스 환자가 머물렀던 시기에 해당 의료기관을 방문했다면 건강 상태에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메르스에 감염됐을 가능성은 바이러스가 활동하는 시기(48시간)를 감안하면 환자가 거쳐 간 이틀 뒤까지로 볼 수 있다. 이 기간 동안 해당 의료기관을 방문한 이후 37.5도 이상의 고열, 기침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즉각 치료받고 보건소에 신고해야 한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메르스 환자 거쳐간 24개 병원, 가도 되나요
입력 2015-06-07 22: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