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번 환자 버스타고 이동, 지역사회 전파 계기?

입력 2015-06-08 00:44
이번 메르스 사태에서 ‘슈퍼 전파자’는 현재까지 1번 환자(68)와 16번 환자(40), 14번 환자(35) 3명이다. 특히 2차 감염자인 14번 환자에게 감염된 3차 감염자는 17명이나 된다. 7일까지 확진자 64명 중 26%에 달한다. 바이러스를 전파한 곳은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이고, 여기서 14번 환자가 접촉한 환자·의료진 등은 893명이다.

14번 환자가 ‘슈퍼 전파자’가 된 배경에는 보건 당국의 무능이 자리 잡고 있다. 당국은 14번 환자를 미리 발견하고 격리할 수 있는 기회를 2번이나 놓쳤다.

이 환자는 지난달 13~19일 폐렴으로 평택성모병원에 입원했었다. 이 때 메르스 바이러스를 국내에 유입시킨 1번 환자와 같은 병동을 썼고, 감염됐다. 정부는 지난달 20일 1번 환자가 확진을 받자 같은 병실에 입원했거나 이 병실을 다녀간 가족·의료진 등 60여명을 밀접 접촉자로 분류해 자택격리했다. 같은 병동 다른 병실 사람들은 제외됐다. 바이러스가 병실에만 머물었을 것이라 가정했기 때문이다. 첫 번째 실수다.

지난달 28일 1번 환자와 평택성모병원에서 같은 병동을 썼던 6번 확진자(71)가 나왔다. 유전자 검사에는 통상 7~8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당국은 하루 전인 지난달 27일에 같은 병동에까지 바이러스가 퍼졌다는 것을 인지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날은 평택성모병원에서 퇴원해 평택굿모닝병원에 머물던 14번 환자가 삼성서울병원으로 이동한 날이다. 당국이 ‘병동 감염’을 확인하고 바로 조치를 취했다면 14번 환자는 상경하지 않았을 수 있다.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이 2차 유행의 진원지가 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이다.

여기에다 당국이 늑장대처를 하면서 14번 환자는 시외버스를 이용해 평택에서 서울로 이동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지난 6일 보건당국 발표에 따르면 그는 지난달 27일 오전 11시30분 평택시외버스터미널을 출발해 1시간쯤 뒤 서울남부터미널에 도착했다. 버스에는 그를 제외하고 6명(운전기사 포함)이 타고 있었다. 이 버스를 몰던 기사는 2, 3일 전까지 계속 근무해오다 현재 격리 상태다. 나머지 승객 5명의 신원은 모두 파악됐다. 다만 1명은 대포폰을 사용하는 바람에 소재지를 추적 중이다.

만약 14번 환자가 평택굿모닝병원에서 시외터미널로 갈 때 시내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했다면 밀접 접촉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평택과 서울의 각 터미널대합실 등에서도 불특정 다수와 접촉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헛발질’ 때문에 지역사회(병원 밖) 전파라는 최악 시나리오가 실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