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여론 압박에 손든 정부… 결국 24곳 병원 명단 공개

입력 2015-06-07 22:54
메르스 관련 병원명을 철저히 함구하던 보건 당국이 평택성모병원에 이어 24곳 전체 명단까지 전격 공개했다. 환자가 발생한 병원뿐 아니라 경유한 곳까지 포함됐다. 국민 불안을 해소하고 의심환자를 찾아내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독자적으로 관련 정보 공개에 나서는 지방자치단체와 여론의 압박에 두 손을 든 측면이 크다.

최경환 국무총리 직무대행은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병원 명단을 공개하며 “명단을 밝히는 건 지금까지 정부 대응 기조와 달리 보다 차원 높은 총력 대응체계를 갖춰 사태를 조기 종식하기 위한 것”이라며 “공개에 따른 부작용 보다 국민 불안을 해소하는 게 더 급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도 “공개는 상당히 신중하게 고민해온 부분”이라며 “삼성서울병원을 포함해 대전 등 병원에서 집중적인 환자 발생 경로가 발견돼 공개 후 전격적인 대책을 세우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보건당국은 불과 지난 4일까지 “득보다는 실이 많다”며 명단 공개 요구를 일축해왔다. 병원이 밝혀지면 국민들이 막연한 공포심으로 해당 병원을 찾지 않게 되고, 인접 지역에 상당한 혼란이 올 거라는 논리였다. 각 병원이 메르스 의심환자 치료를 기피하게 돼 의료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이유도 들었다. 지역 간 갈등과 함께 지역경제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이랬던 정부가 하루만인 지난 5일 평택성모병원 이름을 공개한 건 지난 3일 관련 정보를 공개하라는 박근혜 대통령 지시에 따른 후속조치로 풀이된다. SNS를 통해 불확실한 병원정보가 퍼져나가는 걸 막기 위한 성격도 있다. 그러나 당초 D병원으로 알려졌던 삼성서울병원만 공개할 계획이었던 정부가 지자체마다가 직접 명단과 메르스 진행 상황등을 전하자 아예 전체 병원을 밝혔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지난 6일 페이스북에 성남지역에서 발생한 첫 메르스 환자의 정보를 공개했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안희정 충남지사 등도 관련 정보를 시민들에게 제공했다.

그러나 이날 정부가 작심하고 공개한 명단은 ‘오류 투성이’여서 또 다른 비난이 일었다. 복지부는 명단을 공개한 지 3시간 만에 수정된 명단을 다시 발표했다. 환자 경유 병원 중 하나인 ‘성모가정의학과의원’의 소재지는 서울 성동구인데 경기도 군포시로 잘못 표기됐기 때문이다. 또 다른 경유 병원인 충남 보령시의 ‘삼육오연합의원’은 ‘대천삼육오연합의원’으로, 경기도 평택의 ‘평택푸른의원’은 ‘평택푸른병원’으로 각각 틀리게 나갔다. 여의도성모병원의 소재지도 ‘영등포구’가 아닌 ‘여의도구’로 오타가 났다. 명단이 공개된 후 군포시는 “군포에 성모가정의학과의원이라는 병원이 없다”며 반박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를 두고 정부가 과연 명단 공개에 심혈을 기울인 게 맞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명단 공개와 함께 정부는 재난관리 기금과 예비비 등을 총동원에 메르스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자택격리자 모니터링 강화를 위해 보건소 및 지자체 공무원과 격리자를 1대1로 매칭할 방침이다. 또 격리자의 휴대전화 위치추적을 하는 방안도 시행될 전망이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