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군 위안부 문제’라는 말은 하지 않는 게 좋다고 본다. ‘문제’라고 말하는 순간 할머니들의 얼굴이 보이지 않게 되고, 얼굴이 보이지 않으면 그들의 고통을 알 수 없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증언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기억과 함께 산다’를 만든 일본의 프리랜서 언론인 도이 도시쿠니(62·土井敏邦) 씨는 7일 도쿄 히비야 컨벤션홀에서 진행된 상영회 후 국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며 피해자 개개인이 겪은 고통을 상상해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도이 씨는 자신이 찍은 지 20년 지난 옛 테이프를 다시 꺼내 영화화한 것도 ‘군 위안부는 당시에 필요했다’는 등의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오사카 시장 발언에서 피해자들의 얼굴을 볼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하시모토 시장은 할머니들의 고통을 모른다”며 “안다면 그런 이야기는 할 수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증언을 직접 듣고 영상으로 남긴 언론인으로서의 책임감을 자각한 그는 사재를 써서 영화로 만들었다. 스스로 편집을 하고, 방대한 분량의 일본어 번역은 무보수 자원자들의 도움을 받았다.
도이 씨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해법에 대해 “(일본이) 가해자로서의 책임을 확실히 다하고, 사죄를 배상의 형태로 보여주지 않으면 안 된다”며 “일본인이 자신들이 가해자라는 생각을 자각하지 않는 한 한국, 중국 사람들은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독일 사람들은 나치의 잘못에 대해 자기 나라 안에 기념비를 만들어가며 기억하는데, 일본에서는 그것이 왜 안 되느냐”면서 “(전쟁의) 피해 사실을 알리는 기념비는 많은데 가해 관련 기념비는 거의 없다”고 안타까워 했다.
도이 씨는 미얀마 민주화 운동,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 이라크 전쟁 등을 취재해 현지 사람들의 삶을 영상과 저서, 기고문 등을 통해 알려온 경력으로 유명하다. 한국과 관련해서는 일본군 위안부 뿐 아니라 한국 내 피폭자 문제와 한국 민주화 운동에 참가했던 학생운동 지도자들의 삶 등을 취재한 경력이 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나는 군 위안부 ‘문제’라는 말은 안 했으면 좋겠다” 위안부 다큐 만든 日언론인
입력 2015-06-07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