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주의 경비가 삼엄한 교도소에서 살인범 2명이 탈옥했다. 이들은 영화 ‘쇼생크 탈출’을 뛰어넘어 전동공구까지 동원하는 대담한 수법으로 벽을 뚫고 하수관을 통해 유유히 교도소를 빠져나갔다.
AP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미국 뉴욕 주 클린턴 카운티 댄모라의 클린턴교도소에서 5일 밤부터 6일 아침 사이(현지시간) 살인죄로 나란히 붙은 감방에 각각 수감돼 있던 리처드 맷(48)과 데이비드 스윗(34)이 탈옥했다.
이들은 감방 뒤쪽 벽에 구멍을 뚫고 높이 9m가 넘는 벽체 내부를 기어 내려가 미로처럼 된 파이프를 전동공구로 잘라낸 뒤 교도소 인근의 맨홀로 빠져나간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사람이 자고 있는 것처럼 감방 이불 안에 옷가지를 넣어 2시간마다 이뤄지는 교도관의 점검을 피했으며 오전 5시30분 점호에서 탈옥이 확인됐다.
이들은 교정당국을 놀리듯 작별인사까지 남겼다. 탈출을 위해 잘라낸 파이프 옆에 ‘좋은 하루 되시길’이라고 적은 포스트잇을 붙여뒀다.
1865년 개소한 클린턴 교도소는 삼엄한 보안시설을 갖춰 그동안 탈옥 사건이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다. 캐나다 국경과 가까운 이 교도소에는 3000명의 죄수가 수감돼 있으며 추운 날씨 때문에 ‘리틀 시베리아’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뉴욕 경찰과 연방수사국(FBI) 등은 즉각 수색에 나섰다. 소총을 들고 방탄조끼를 입은 경찰이 인근 도로를 막고 지나는 차량을 수색하는 한편 댄모라 주변 숲까지 경찰을 배치했으며 헬리콥터와 수색견도 동원했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는 예정된 일정을 취소하고 탈옥 경로를 직접 돌아본 뒤 기자회견을 열어 “완전히 이례적인 일”이라면서 댄모라 주민에게 주의를 당부하고 수색 협조를 요청했다.
수사당국은 탈옥수들이 전동공구를 입수한 경위를 조사 중이다. 이들이 교도소 수리 작업을 하는 사람들에게서 공구를 확보했을 가능성도 있다.
당국은 또 이들이 교도소를 빠져나가는 경로를 어떻게 파악했는지도 확인하고 있다.
맷은 이번 탈옥이 두 번째다. 그는 1986년 이리 카운티 교도소를 탈출했다가 잡힌 적이 있다.
그는 1997년 시민을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을 받다가 멕시코로 도망쳤으며 멕시코에서 또 중범죄를 저지르고 송환돼 가석방 없는 25년형을 받고 2008년부터 클린턴 교도소에서 복역했다.
스윗은 22발의 총을 쏴 경찰관을 숨지게 한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고 2003년부터 클린턴 교도소에 있었다.
이들은 복역 중 1차례씩 사고를 치기는 했지만 대체로 양호하다는 평가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주민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주민은 NYT에 “무서운 일”이라면서 “집 문을 단단히 걸어잠그고 깊이 잠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캐나다에도 비상이 걸렸다. 캐나다 당국은 탈옥수들이 온타리오나 퀘벡을 통해 자국에 입국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경찰에 경비강화를 지시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
뉴욕 살인범들의 대담한 ‘쇼생크탈출’…전동공구 동원
입력 2015-06-07 19: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