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가 지난 1분기 부진한 실적으로 힘겨운 시기를 보낸 뒤 이번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복병’을 만났다. 저유가에 따른 중동 산유국들의 발주량 감소가 예견된 악재였다면 메르스는 돌발변수다. 업계 내에서는 추가적인 실적악화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5월 마지막 주까지만 해도 각 건설사들은 메르스에 대해 큰 걱정을 하지 않는 기류였다. 중동 현지에서 우리 근로자들이 감염된 사례가 보고 되지 않았고, 워낙 파견 인원의 건강관리를 철저하게 진행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독 한국인들만 메르스에 취약한 것으로 드러나고, 지난주부터는 국내에 메르스 공포가 급격하게 번지면서 초긴장 상태에 돌입했다. 건설사 관계자는 7일 “중동 현장에 파견된 직원들이 메르스에 감염되거나, 메르스 때문에 직원들이 아예 중동 현장을 기피하는 분위기가 생기면 사업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국토교통부는 중동에 체류하는 국내 건설인력을 총 1만2793명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중에서 메르스가 발병한 10개국에 전체의 56%인 7186명이 근무하고 있다. 가장 많은 감염자가 발생한 사우디아라비아에 32개사 3912명, 쿠웨이트 15개사 1252명, 아랍에미리트 24개사 1036명, 카타르 17개사 445명 등의 순서다.
사우디에서만 17개 공사를 진행하는 등 가장 활발하게 중동에서 사업을 펴고 있는 현대건설은 중동에서 한국으로 복귀한 근로자를 대상으로 귀국 5일 이내에 체온을 측정하고 문진을 받도록 했다. 현장에서 의심환자가 발생하면 본사에 즉시 보고하라는 지침도 보냈다.
삼성물산은 현지 근로자 체온을 매일 측정하는 방식으로 감염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중동에서 복귀한 지 3주가 안 된 사원들에게는 삼성그룹 전체 하계 수련회에 참석하지 말라고 통보하기도 했다.
올해 입사한 사원 58명 중 35명을 중동에 발령낸 GS건설은 사내 안전보건팀을 통해 중동에 근무하는 직원의 건강상태를 모니터링 중이다. 쌍용건설은 최근 중동에서 근무하는 전 직원에게 메르스 초동조치 매뉴얼, 감염예방 수칙 등을 전달했다.
중동 현지에 지정 의료기관을 둔 대우건설은 감염 예방 지침을 보다 강화했다. 대림산업은 직원들에게 낙타 체험프로그램을 금지했다
건설사들은 또 국내에서 모처럼 불붙은 주택 분양시장에 메르스가 찬물을 끼얹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실제로 수만명이 몰리는 견본주택에 수요자들이 위생을 이유로 방문을 꺼릴 경우 타격이 불가피하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이달 전국에서 5만6711가구가 분양에 나선다. 최근 3년간 6월 평균 분양 물량인 3만184가구보다 88% 늘어난 규모다. 그 중에서 가장 많은 감염자가 나오고 있는 경기권에서만 절반의 물량이 쏟아질 예정이다.
일부 건설사들은 분양일정 연기도 고려했지만 일단 일정대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방문객들의 불안감을 줄이기 위해 견본주택에 손세정제, 마스크 등을 비치하는 등 대책을 모색 중이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건설업계 이번엔 메르스 ‘복병’에 흔들… 실적악화 부채질 우려 고조
입력 2015-06-07 1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