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감기’가 주목받은 진짜 이유…“이런 대통령 어디 없나요”

입력 2015-06-07 14:14
사진=영화 '감기' 스틸컷
사진=영화 '감기' 스틸컷
사진=영화 '감기' 스틸컷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가 번지면서 영화 ‘감기’(2013)가 새삼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현 상황과 꼭 닮은 내용 때문입니다. 전염성 바이러스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데 정부는 뚜렷한 대책 없이 우왕좌왕합니다.

하지만 극중 대통령(차인표)의 대응은 다릅니다. 적극적으로 사태 해결에 나섭니다. 적지 않은 이들이 영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로 차인표를 꼽습니다. 이 영화의 명장면이라며 그가 등장하는 한 장면이 편집돼 인터넷에 돌아다니기까지 합니다. 어떤 장면인지 살펴볼까요.

원인불명의 호흡기 바이러스에 잠식된 경기도 분당 지역이 폐쇄 조치됐다는 설정으로 영화는 전개됩니다. 질병에 감염되지 않은 시민들조차 이 지역을 벗어날 수 없습니다. 격리센터에는 피를 토하는 감염자들과 사망자들이 뒤엉켜있죠. 그야말로 아수라장입니다.

시민들은 결국 폭동을 일으킵니다. 그러나 군인들은 이들에게 총을 겨누죠. 군작전통제권을 가진 미군 측의 명령이었습니다. 미군 사령관은 사태 진압을 위해 이 지역에 전투기 미사일 발포 계획까지 세웁니다. 이때 대통령이 강하게 막아섭니다. “저 사람들은 우리 국민들”이라면서요. 결국 미국 측 작전은 중단되고, 대통령은 시민들에게 방송으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정부는 그 어떠한 경우에도 여러분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모든 진압작전을 중단시켰습니다. 지금부터 안심하십시오. 지금 그 자리에 그대로 계셔주십시오. 즉시 구조팀을 보내드리겠습니다.”

미군 측이 “연합국에서 강하게 항의할 것”이라고 경고하자 대통령은 “내가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대답합니다. 영화는 그렇게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갑니다.

내용은 다소 허무맹랑할지라도 이를 본 네티즌들은 한탄을 쏟아냅니다. “이런 대통령 어디 없나” “정말 영화에나 있을법한 일이다” “실제로는 저런 일 꿈도 못 꾸겠지”라는 등의 반응입니다. 한 네티즌은 “‘모든 걸 책임지겠다’는 대통령의 말을 현실로 듣고 싶다”고 적었더군요. 눈물이 난다는 이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미흡한 대처로 메르스 사태를 키운 현 정부에 대한 답답함으로 보입니다. 보건당국이 관련 정보 전달에 적극 나서지 않으면서 질병은 물론 국민 불안만 가중됐습니다. 메르스 확진 환자가 64명으로 늘어난 7일에서야 보건당국은 확진자가 발생하거나 경유한 24개 병원 명단을 공개했습니다.

국민들의 불만은 어느새 대통령을 향하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연일 인터넷에 오릅니다. 상황을 남의 일처럼 이야기한다고 해서 ‘유체이탈 화법’이라는 비아냥이 들끓더니 페이스북에 ‘달변가 그네’라는 페이지까지 개설됐습니다. 제목부터 박 대통령에 대한 조롱이 담겼죠. 급기야 다음 아고라에는 대통령 탄핵 청원까지 게재됐습니다.

이제라도 여야가 합심해 국회 차원의 메르스 대책 특별위원회를 설치한 건 긍정적입니다. 보다 적극적인 대응책이 마련되길 기대합니다. 국민들이 2년 전 나온 영화에 다시 주목한 이유도 거기에 있을 겁니다.

“어떠한 경우에도 여러분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영화 속 대통령 대사가 귓가에 맴돕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