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린계 대모’ 김남윤 인터뷰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의 우승, 제자가 드디어 꿈을 이루었다.”

입력 2015-06-07 14:11
사진=국민일보 DB

“언젠가는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한국 바이올리니스트가 우승할 수 있도록 지도하겠다고 오래전부터 다짐했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마침내 그 꿈을 이뤘어요.”

한국인으로는 처음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바이올린 부문에서 우승한 임지영의 스승은 ‘한국 바이올린계의 대모’ 김남윤(66) 한국예술영재교육원장이다. 지난달 31일(한국시간) 인터넷을 통해 생중계된 벨기에 콩쿠르 시상식에서 임지영은 심사위원으로 참가한 김 원장에게 안겨 한참동안 울먹였다. 벨기에에서 막 돌아온 김 원장은 5일 국민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심사위원단(13명) 전원이 지영이의 연주를 으뜸으로 꼽았다. 이번 콩쿠르를 준비하면서 손가락 하나하나에 파스를 붙여야 했을 만큼 정말 열심히 연습했다”며 제자를 자랑스러워했다. 이어 “지영이가 클래식계 메이저 매니지먼트사 여러 곳에서 제안을 받았는데, 우승에 따른 연주회 일정을 모두 소화하고 6월말 돌아오면 상의해 결정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2월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음악원 교수로 정년퇴임한 김 원장은 그동안 이경선, 백주영, 권혁주, 이유라, 신지아, 클라라 주미 강, 신아라 등 수많은 바이올리니스트를 배출했다. 그가 지도한 학생들은 세계 유수의 바이올린 콩쿠르를 휩쓸었다. 이번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최종 파이널(12명)에 진출한 이지윤도 제자다.

그는 “지영이가 지난해 9월 미국 인디애나폴리스 콩쿠르에서 3위를 한 게 결과적으로 이번 콩쿠르에 좋은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한다. 그때 만약 우승했으면 이번에 큰 부담감을 가졌을 테지만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침착하게 연주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또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는 명실공히 클래식계 최고의 전통과 권위를 자랑하는 콩쿠르다. 이번 우승은 스포츠와 굳이 비교하자면 김연아가 올림픽 피겨에서 금메달을 딴 것 못지않다”면서 “하지만 지영이 우승 소식을 짧게만 전한 언론을 비롯해 한국에서는 그 가치를 제대로 알아주지 않는 것 같아서 서운하다”고 했다.

김 원장은 클래식 영재 교육이 지나치게 콩쿠르 중심이라는 비판에 대해 적극 반박하기도 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재능 있는 인재들이 세계무대에 진출할 수 있는 방법은 현실적으로 국제 콩쿠르에 출전해 이름을 알리는 것 뿐”이라며 “다른 방법이 있다면 너무나 고통스러운 준비과정이 뒤따르는 콩쿠르에 저부터 제자들을 내보내고 싶지 않다”고 토로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