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 히로시마 원폭투하 조종사 손자 미 B-2기지 단장으로 취임

입력 2015-06-06 11:58
제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을 투하한 미국 공군 B-29기 조종사의 손자가 미군의 전략 핵 폭격기인 B-2 기지를 이끌 최고책임자에 올랐다. AP 통신 등 미국 언론은 미 공군 폴 W 티베츠 4세(48) 준장이 미국 미주리 주 화이트맨 공군기지에 있는 제509 폭격비행단장에 취임했다고 5일(현지시간) 비중 있게 보도했다.

제509 폭격비행단은 미군이 자랑하는 B-2기 20기가 배치된 B-2 스피리트 기지다. B-2는 길이 20m, 폭 52m, 무게 71t으로 일반 전투기보다 훨씬 크지만, 스텔스 성능 덕분에 레이더에 거의 포착되지 않는 전투기로 크루즈 핵미사일 16개를 탑재할 수 있어 '하늘의 저승사자'로도 불린다.

티베츠 4세 단장의 할아버지인 티베츠 주니어 역시 509 폭격비행단 출신으로 제2차 세계 대전 때 B-29기를 몰았다. 그는 어머니의 이름을 따 이 전투기의 애칭을 '에놀라 게이'라고 불렀다. 그는 1945년 8월 6일 B-29기를 비행해 히로시마 상공에서 세계 최초로 원자폭탄 '리틀보이'를 투하했다.

미군은 사흘 후인 8월 9일 나가사키에 또 다른 원자폭탄 '팻맨'을 떨어뜨려 7만 명의 목숨을 앗았다. 연거푸 원자폭탄의 공포를 절감한 일본은 8월 15일 무조건 항복을 선언했다. 이후 에놀라 게이는 원자폭탄과 함께 2차 대전을 매듭지은 미군 폭격기의 대명사가 됐다.

티베츠 4세 단장은 500명이 참석한 취임식에서 2007년 사망한 할아버지를 떠올리며 "여러분이 제 할아버지께 보여준 감사에 조부도 많이 감동하셨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라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내가 날마다 기대치를 높이고 기준을 세우며 위업을 추구했듯이 너(손자)와 너의 대원들을 비롯한 오늘날의 공군 후배들도 그렇게 할 것으로 믿는다고 조부께서 말씀하시는 듯하다"고 덧붙였다.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