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박원순 시장 우회 비판” 지자체, 메르스 독자 해결 차단

입력 2015-06-06 00:02

박근혜 대통령이 5일 전날 밤 박원순 서울시장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관련 기자회견에 대해 공개적으로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메르스 환자 격리·치료 현장인 국립중앙의료원을 방문, "만약에 지자체나 관련 기관이 독자적으로 이것을 해결하려 할 경우에 혼란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데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러한 언급은 서울소재 병원의 한 의사가 35번째로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기 이전에 이미 1천500여명의 시민과 직간접적으로 접촉했는데도 정부가 이들을 격리 조치하지 않아 서울시가 직접 대응에 나서겠다는 박 시장의 전날 밤 기자회견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시장이나 서울시를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사태가 갈수록 심각해져 국가적 차원의 총력 대응이 필요한 시점에 서울시가 정부의 방역조치를 비판하면서 독자 행보에 나서겠다고 선언한 것은 사태 수습에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정부에 대한 국민적 불신과 불안감을 키우는 만큼 적절치 못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박 대통령이 그러면서 "각 지자체, 또 관련 단체가 메르스 대응과 관련해서 특이사항이 있다든지, 제보할 것이 있다면 일단은 중앙방역대책본부로 통보를 해서 창구를 일원화해 일사불란하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앙부처와 지자체 간에 긴밀한 소통, 그리고 협업이 있어야 되겠다" 등으로 당부한 것도 서울시의 독자 행보를 문제삼은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박 대통령이 직접 공개석상에서 야권의 유력 대권 주자 중 한 명인 박 시장이 정부의 방역조치를 정면 비판한 것에 대한 부적절성을 강조한 것은 정부의 메르스 대응에 대한 국민 여론이 더욱 악화하는 것을 차단하려는 조치로도 풀이된다.

박 대통령이 정부의 초동 대응에 허점이 있었음을 자인하면서도 "현재는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민간 전문가들하고 함께 확산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국민께서는 믿음을 가져주시기를 바란다"고 당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앞서 청와대 관계자가 오전 예정에 없던 춘추관 브리핑을 자처, "박 시장의 어젯밤 발표 내용을 둘러싸고 관계되는 사람들의 말이 서로 다르다. 그래서 불안감과 혼란이 커지는 그런 상황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밝힌 것도 이러한 박 대통령의 의중이 담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여기에는 박 시장이 확실한 사실파악 없이 서울시 주장만을 근거로 일방적 회견을 함으로써 오히려 정부에 대한 불신과 국민적 불안감을 가중시켰다는 판단도 깔려 있다는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청와대는 박 시장의 전날 회견을 지켜본 직후 복지부 등을 상대로 정확한 사실관계 확인에 나섰고, 그 결과 박 시장의 회견 내용의 일부가 사실과 맞지 않다는 점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시장이 회견에서 35번 환자 동선 정보를 공유받지 못했다고 주장한데 대해 "지난 2일 복지부가 재건축 조합에 모임 참석자 명단을 요청했지만 받지 못했고, 3일 서울시와 복지부가 이 부분에 관해 논의를 해 명단이 입수되면 서로 필요한 조치를 하기로 했다고 저희들은 파악하고 있다"고 반박한 것도 이러한 사실 확인을 전제로 이뤄졌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하지만 재건축 조합 모임 참석자 전원을 격리할 필요성을 놓고 서울시와 복지부가 의견 대립을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모임 참석자 가운데 일부라도 확진 판정을 받을 경우 박 시장의 지적대로 정부의 대응이 잘못됐고 청와대도 이에 동조했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조심스런 입장을 취한 것으로 보인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