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에어컨을 통한 확산의 가능성이 있지만 공기 전파의 증거는 없다? 이게 뭔 소리야?”
보건복지부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 경로에 대한 모순적 발표로 원성을 샀다. 병동 에어컨을 통한 확산의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공기 전파의 증거는 없다”고 못을 박으면서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박근혜 대통령의 ‘유체이탈화법’을 물려받았다는 냉소도 나왔다.
문 장관은 5일 브리핑에서 “환자가 집중적으로 증가한 의료기관의 명칭을 공개한다. 병원 내 모든 접촉자를 관리하기 위한 조치”라며 “지난 15~25일 평택성모병원 방문자는 모두 콜센터로 신고해 달라”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지금까지 병원명을 공개하지 않았다. 병원에 대한 오해를 키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평택성모병원은 정부가 메르스 사태 이후 처음 공개한 바이러스 노출 의료기관이다.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는 평택성모병원 역학조사에서 병동 에어컨 3대의 필터, 병실 문 손잡이, 화장실 가드레일에서 메르스를 검출했다. 본부는 “에어컨을 통한 병원 내 확산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공기 전파로 인한 메르스 감염 가능성에 대해서는 “증거가 없다”고 했다. 에어컨을 통한 확산 가능성이 기기 가동에 의한 것인지, 표면의 물리적 접촉에 의한 것인지를 모호하게 밝히면서 혼란을 키웠다.
네티즌들은 “에어컨을 가동해서 메르스가 퍼졌다는 의미인가. 아니면 누가 에어컨 필터를 만져서 감염됐다는 의미인가. 분명하게 말해 달라”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는 말과 무엇이 다른가. 정부는 메르스 어록을 만드는 중인가” “이번에도 ‘아몰랑’인가. 문 장관이 박근혜 대통령의 유체이탈화법을 물려받은 것 같다”고 비난했다.
병원을 한 곳만 공개한 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한 네티즌은 “공개하지 않으려면 끝까지 안 하든 모두 공개하든 둘 중 하나만 하라. 병원명을 공개하지 않으면서 조심만 하라는 것은 무슨 경우인가. 국민에게 러시안 룰렛이라도 하라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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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6-05 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