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인의 ‘파라다이스 로스트’는 2015년 3월12일 처음 세상에 나왔습니다. 이 뮤직비디오에서 가인의 콘셉트는 퇴폐적인 섹시인 듯 합니다. 섹시‘미’라고 하기까지는 사실 답을 찾을 수 없는 야하기만 한 영상이었습니다.
가인은 온 몸에 찰싹 붙는 검정색 수용복과 같은 옷을 입고 나왔습니다. 뮤직비디오 안에 등장하는 뱀처럼 온 몸과 다리를 배배 꼬면서 뇌쇄적인 눈빛을 자꾸 쏘아댑니다. 더욱이 엉덩이를 바닥에 붙였다가 허공에 들었다가 놓기를 반복하더니 다리를 180도를 쭉 찢어 줍니다. 보통의 섹시여가수들이 추구하는 섹시하다고 하는 온갖 육체적 묘기를 이 한 뮤직비디오 안에서 다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입술을 벌리지 않을 수 없죠. 싸이의 ‘젠틀맨’ 뮤직비디오에서 소스를 잔뜩 묻힌 어묵을 앙다물었던 그녀의 표정을 잊을 수가 없는데요. ‘파라다이스 로스트’에서는 수도꼭지에서 뚝뚝 떨어지는 물을 입을 벌리며 묘하게 받아먹습니다.
결국 이 ‘파라다이스 로스트’는 어떻게 끝을 맺을까 궁금한 가운데, 계속 온몸을 비틀고 바닥에 치기를 했을 뿐인데 종국에는 웃통 벗어 재친 남자들이 가인 뒤에서 고개도 들지 못 하고 굴복됩니다. 아니 가인이 뭘 했기에, 이 남자들은 고개도 못 들고 벌벌 기는 걸까요. 뮤비 안에서 가인이 보여준 것은 성적인 몸짓뿐이었는데 그것에 모두 굴복되는 건가요?
‘파라다이스 로스트’는 일차원적인 여성상에서 벗어나 당당한 여성의 모습을 그리고 있고 합니다. 무엇이 당당한 여성의 모습인지 뮤비를 보고는 도통 알 수가 없는데요. 아티스트 가인 혼자서 이 뮤비를 만들지는 않았을 테고, 소속사와 촬영팀 등 모두의 협의를 통해 만든 작품이겠죠. 앞으로 당당한 여성상을 그리고 싶다면, 가인의 여러 매력들 중에 퇴폐적 섹시만 살리지 말고 좀 다른 모습도 담기를 바라봅니다.
조경이 기자 rooke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