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금토 예능드라마 ‘프로듀사’에 출연 중인 김수현이 얄밉습니다. 왜 얄밉냐고요? 드라마를 보고 있자니 감탄사를 연발하며 ‘고놈 연기 참 잘 하네~’라는 말이 몇 번이나 나오는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김수현은 2007년 MBC 시트콤 ‘김치 치즈 스마일’로 데뷔를 해 올해로 고작 연기를 한지 8년 차 밖에 되지 않는 배우입니다. 그 이후에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에서 고수의 아역으로 출연해 범상치 않는 눈빛을 뿜어냈었죠. 그의 존재를 대한민국 반방에 떨친 작품이 있으니 2012년 ‘해를 품은 달’이었습니다. 차가운 듯 영리한 왕이면서도 한가인에게만은 지고지순한 순정남 캐릭터로 대한민국 여심을 들었다 놨다 했죠. 그가 아시아 스타의 반열에 오른 작품이 있으니 바로 두말하면 입 아픈 ‘별에서 온 그대’ 입니다.
대한민국을 넘어서 아시아스타가 되어 연예면을 들썩이는 김수현, 연기를 잘 한다 잘 한다 했지만 그가 이제는 프로듀사에서는 여우같은 연기신공까지 선보이고 있습니다. 예능국 신입피디로 출연, 이전과 같은 귀공자 캐릭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격 떨어지지 않는 연기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입사한지 얼마 되지 않는 신입피디답게 극중 회사 선배들인 차태현, 예지원 앞에서는 정글의 사자 앞에 순한 토끼처럼 양의 얼굴을 하고 실수를 반복하면서도 예의 평정심을 잃지 않으려는 듯 애타는 입술을 살짝 깨무는 계산된 들어갑니다. 선배들의 꾸지람이나 충고에는 알 듯 모를 듯 한 표정을 지으며 ‘나는 신입입니다’라는 캐릭터를 강하게 어필하죠.
일터에서 알쏭달쏭 종잡을 수 없는 표정으로 선배들을 답답하게 하는 김수현이 연애할 때 모습은 정말 딴판입니다. 저 푸른 바다 위를 나르는 고등어처럼 펄펄 뛰는 모습이죠. 예능국 선배인 공효진과 가수로 나오는 아이유, 두 사람의 마음을 모두 들었다 놨다 합니다.
초반부터 아이유의 마음을 사로잡아 짝사랑에 이르게까지 한 김수현의 극중 연애신공은 바로 커다란 손을 십분 활용하는 것입니다. 갑작스럽게 비가 내리면 아이유의 머리 위로 손 우산을 만들어서 비를 피하게 하고, 리허설에 참석한 아이유에게 마이크를 채울 때도 그녀의 목에 손이 닿을 듯 말 듯 아이유의 마음을 심쿵하게 합니다. 리프트에 오를 때도 내릴 때도 그녀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자신의 무서움 때문에 덥석 아이유의 팔을 꽉 잡죠. 아이유의 마음은 이제 김수현의 것으로 보입니다.
의도적이지는 않았지만 몸에 밴 매너와 작업스킬로 아이유의 마음을 사로잡은 그는 선배피디로 출연하는 공효진에게는 콕콕 꽂히는 고급스러운 멘트로 새파랗게 어린 신입이 더 이상 신입이 아닌 남자로 보이게 만들었습니다.
“혹시 뭔가를 얘기하고 싶은데 그럴 상대가 없어서 힘드시면 저한테 하셔도 됩니다” “누가 누구를 좋아한다는 건 창피해야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등의 명대사 기술을 펼치죠. 그러더니 6회 엔딩에는 공효진에게 다가가서 “선배, 저도 죄송합니다. 저도 사고 칠 거 같아서”라며 공효진을 자신의 품에 끌어 당겨 공효진과 더불어 여성시청자들의 마음도 멎게 만들었습니다.
우리 모두 직장과 가정에서, 직장과 사적인 관계에서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마련입니다. 회사에서 요구하는 모습들과 연인이 요구하는 모습은 다르기 때문이죠. 김수현은 신입 직장으로 살아보지도 않았을 텐데 어설프면서도 그런 실수조차 신입이라서 귀여운 직장인의 캐릭터를 잘 소화하고 있습니다. 또한 멜로 라인에서는 무심한 듯 한 매너와 솔직한 진심도 콕콕 잘 전달할 수 있는 연애신공까지 고급지게 선보이고 있습니다.
‘프로듀사’에서 함께 주연을 맡아 어깨를 나란히 하는 배우는 데뷔 20년차 차태현, 데뷔 16년차 배우 공효진이 있습니다. 자신보다 2배 이상의 연기 경력과 작품 수를 자랑하는 이 대선배들 틈에서 어느 때는 토끼 같고 어느 때는 호랑이 같이 연기를 펼치는 김수현이 얄미운이유입니다. 얼마 되지도 않은 신입이...참 잘 하네요.
조경이 기자 rookeroo@kmib.co.kr
"호랑이 됐다 토끼 됐다 " 김수현, 얄미워
입력 2015-06-05 08: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