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괴 싸게 팔겠다” 일본인 사업가 등친 50대 구속

입력 2015-06-05 10:32

금괴를 국제가격보다 훨씬 싼 가격에 팔겠다며 일본인 사업가를 상대로 거액의 사기를 친 5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윤모(52)씨를 구속했다고 5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3월 무역회사를 설립한 윤씨는 일본 내 지인을 통해 자신이 국제시세보다 싼 가격에 금을 살 수 있는 공급선을 확보했다는 소문을 냈다. 윤씨는 유창한 일본어를 구사할 뿐 금 사업과 무관한 인물이었지만, 소문을 들은 일본인 사업가 K씨(48)는 그해 7월 24일 한국을 찾았다.

윤씨는 경기도 광명시의 한 시중은행에서 1㎏ 금괴 3개를 K씨에게 보여주고서 1500만엔이라는 헐값에 팔아넘겼다. 그러나 이는 더 큰 한탕을 위한 미끼에 불과했다. 윤씨는 K씨에게 은행에 맡겨놓은 자기 소유의 금괴를 파는 것이라고 설명했으나, 실은 은행의 판매용 금괴를 비싼 가격에 사서 손해를 보고 넘겼던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K씨는 한국어를 이해하지 못했고, 은행 직원도 일본어를 알아듣지 못했기 때문에 이런 사기가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K씨의 신뢰를 얻은 윤씨는 올해 1월 11일쯤 국제시세보다 10% 싼 가격에 1㎏짜리 금괴 17개를 넘긴다는 계약서를 작성했고, 같은 달 29일 송파구 잠실동의 모 은행 지점장실로 K씨를 데려갔다. 지점장실에 놓인 금괴를 본 K씨는 그 자리에서 7000만엔(한화 6억4000여만원)을 윤씨에게 송금했지만, 윤씨는 차일피일 금괴 전달을 미루다가 잠적했다. K씨는 5월 초 한국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했고, 역삼동의 한 오피스텔에서 붙잡힌 윤씨는 가로챈 돈 전액을 채무상환 등 개인 용도로 사용했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고령화와 엔저, 부동산 침체 등으로 해외 투자처를 찾는 일본인을 노린 사기”라며 “금괴 등은 정상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저렴하게 살 수 없는 물품인 만큼 현혹돼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