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심야에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35번째 메르스 확진 환자인 대형병원 의사의 동선을 공개하기까지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박 시장은 4일 “매우 절박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서울 소재 메르스 환자의 사안이 매우 중요하고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해서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고 관련 사실을 공개하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보건 담당 공무원이 이날 보건복지부가 주관한 회의에 참석했다가 이 의사의 동선에 대해 우연하게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시는 이 같은 엄중한 사실에 대해 보건복지부로부터 미리 정보를 전달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뒤늦게, 그것도 우연히 회의석상에서 알게 된 뒤 서울에 메르스 바이러스가 본격적으로 전파될 상황을 우려해 복지부에 관련 사실 공개를 요구했다. 하지만 복지부가 이를 거부해 서울시가 직접 나서게 됐다는 것이 서울시 측의 설명이다.
서울시는 관련 사실을 파악한 후 복지부 담당 국장에게 연락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담당 주무관들에게 조속한 조치를 요구했으나 관계 공무원은 정확한 정보가 없고, 재건축조합 총회 1565명 참석자 명단도 확보하고 있지 않았다. 아울러 복지부에서는 총회 참석자들을 수동 감시하겠다는 의견을 보내오기도 했다.
수동 감시 수준의 미온적인 조치로는 시민 안전을 지킬 수 없다고 판단한 서울시는 자체적으로 참석자 명단을 입수했다. 이어 참석자 명단을 바로 질병관리본부에 제출했고 해당 자료에 대한 적극적인 공개를 요구했으나 다시 거부당했다. 이에 서울시는 긴급대책회의를 거쳐 직접 나서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 의사가 다녀온 재건축조합 총회 참석자 1565명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메르스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이들에게 해당 사실을 알리고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해서 보건복지부에 계속 관련사실 공개와 격리 등 후속 조치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메르스와 같은 심각한 전염병의 경우 중앙정부가 방침을 결정하고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여러 자원을 갖고 있는 지자체에 협조를 요청하는 것인데 이번에는 거꾸로 된 셈이다. 서울시는 이날 이 의사의 동선을 공개하고 독자적인 대책을 세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지만 지역사회 전파를 막고 격리대상자를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는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이번 의사 동선 공개를 계기로 중앙정부와 지자체간 협조체제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계속 비밀주의로 일관할 경우 지자체로선 대응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박 시장은 “35번 환자를 포함해 서울시가 충분한 정보공유 받지 못했다”며 “대책에 대해서도 동선과 감염성 있는 그룹을 공개는게 맞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앞으로 보건복지부와 협력해서 문제를 해결해나가겠지만 보건복지부가 계속 정보를 공유하지 않고 수동적으로 나온다면 별도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김재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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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6-05 0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