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 환자가 처음 나온 ‘원조 국가’ 사우디아라비아는 3년째 메르스와 전쟁 중이다.
하지만 사우디 역시 정확한 감염 경로를 밝히지 못했고, 치료약과 예방 백신도 없는 상황이다.
사우디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올해 들어 메르스가 다시 고개를 드는 추세여서 발병이 만성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우디에서 지난해 6월5일 이후 1년간 새로 발생한 메르스 환자 326명 중 200명이 올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전 세계 환자의 85%가 사우디에서 보고되는 터라 세계보건기구(WHO) 등 국제 보건·의료 단체는 이곳에 관심을 쏟았다.
WHO는 지난 2월 특별 조사단을 사우디에 급파하기도 했다.
발병 초기만 해도 사우디에서 별다른 시선을 끌지 못했던 메르스는 지난해 4∼5월 이른바 ‘제다 창궐’을 계기로 비상상황에 돌입했다. 사우디의 가장 큰 무역도시 제다에서 환자가 폭증했던 것이다.
사우디 보건부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4월 메르스 발병환자는 141명, 5월엔 209명이다.
이는 지난 1일 현재까지 사우디의 메르스 환자 누계 1016명의 34.4%에 해당한다.
당시 압둘라 사우디 국왕은 메르스의 급속한 확산으로 여론이 악화되자 압둘라 알라비 보건장관을 국왕 고문으로 자리를 옮겨 경질했다.
알라비 장관은 압둘라 국왕이 국가수비대 사령관 시절 군의관으로 함께 복무했던 최측근이다.
대신 압델 파키 노동장관이 보건장관을 겸임토록 했는데 이는 메르스가 외국인 근로자에게서 주로 발병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제다에서 환자가 급증한 것도 비위생적인 환경에 노출된 외국인 근로자가 집중된 탓이라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사우디는 보건장관을 교체하면서 의료진이 메르스에 감염된 제다의 킹파드 병원의 원장을 해임하는 등 강력한 조치를 취했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한 인사는 연합뉴스에 “사우디는 국립병원의 경우 관리가 잘 되는데 사립병원은 잘 통제되지 않는 편”이라며 “사립병원에서 제대로 환자 현황을 보고하지 않고 격리 조치도 하지 않아 제다 창궐이 벌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우디 정부는 메르스 사태를 사립병원을 통제하는 계기로 삼았다.
사우디는 알라비 보건장관의 해임 뒤 현재까지 보건장관만 3번 바뀌었는데 예민해진 국민 여론을 의식해서라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메르스 전염을 막는 힌트는 성지순례에서 찾아볼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사우디 메카와 메디나에 160여개국의 무슬림 200여만명이 한꺼번에 모이지만 성지순례 뒤 메르스 발병 상황은 별다른 변동이 없다.
두 곳은 사우디 정부가 위생·방역에 특별히 신경 쓰는 곳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김의구 기자 egkim@kmib.co.kr
메르스와 3년째 전쟁 중인 ‘원조국가’ 사우디
입력 2015-06-04 20:19 수정 2015-06-04 2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