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또 무능했다. 세월호 참사 때와 달라진 게 없다. 무슨 일만 터지면 우왕좌왕 덮기에 급급하다.”
“유리벽에 갇혀 혼자 가셨을 어머니가 너무 안타깝다. 이 나라는 어떻게 제대로 하는 게 하나도 없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첫 사망자 아들이라는 네티즌 A씨가 4일 남긴 페이스북 글이 인터넷을 달구고 있다. A씨는 “어머니(B)가 처음 입원한 P모 병원에서 메르스 감염자가 있다는 사실을 공고하지 않았다”며 보건 당국의 안일함을 비판했다.
“다들 알고 계시듯 (메르스) 첫 번째 희생자는 저희 어머니가 맞다”는 말로 글을 시작한 A씨는 “어머니는 P병원에 감기 증상으로 입원하셨다 지난달 18일 퇴원하셨다. 당시 병원 측은 메르스 감염자가 같은 층에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A씨에 따르면 B씨는 P병원에서 퇴원한 뒤 건강하게 생활했으나 지난달 24일 밤 호흡이 나빠져 G모 병원에 입원했다. 하지만 갑자기 상태가 위독해져 병원 측은 대학병원으로 환자를 옮길 것을 제안했고, S모 병원으로 이송하던 중 응급차 안에서 쇼크 상태에 빠졌다. 이 과정에서 병원 관계자간 의견이 달라 혼선을 빚었다고 그는 말했다.
A씨는 “수소문해 H모 병원에 입원한 뒤 고비를 넘긴 줄 알고 안심했으나 지난 1일 오전 병원에 면회를 갔더니 어머니가 격리 조치돼 있었다”고 전했다. 보호자에게 사전연락 없이 조치가 취해졌다는 것이다. 그는 “그 면회가 어머니와의 마지막 만남이었다”고 한탄했다.
어머니가 사망한 뒤에도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들의 미흡한 대응에 장례 절차가 순조롭게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그의 말이다. 메르스 양성 반응 여부를 확인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24시간 이내에 고인을 빨리 화장해야 한다”던 관계자는 다음 날 가족이 모인 뒤 4시간여 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고 A씨는 지적했다.
A씨는 “대체 그리 중요하다던 절차는 다 어디로 가고 서로 책임을 회피하게 위해 서로에게 미루고 직접 말로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게 말이 되느냐”면서 “이게 그렇게 정부에서 강조하는 대책이냐. 고인을 그 차가운데서 24시간동안 모시게 하는 게 맞는 것이냐. 정부에게 묻고 싶다. 이게 정말로 맞는 거냐”고 울분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많은 분들이 볼 수 있도록 글을 퍼트려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다만 처음 글을 올렸을 때 A씨는 퇴원 날짜를 지난달 11일이라고 적었다. 앞서 보건 당국이 발표한 B씨 퇴원일은 지난달 20일쯤이었기에 파문이 일었다. 논란이 커지자 A씨는 14시간 만에 다시 글을 올려 “18일이 맞다. 정확하게 확인하지 않고 (글을) 올린 점 죄송하다”고 번복하는 해프닝이 있었다. 이후 첫 글에서도 퇴원일은 18일로 수정됐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메르스 감염자 내원 사실 몰랐다” 첫 희생자 아들의 한탄
입력 2015-06-04 1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