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지방의회가 해외연수를 떠났거나 떠나기로 해 빈축을 사고 있다. 반대로 메르스 확산과 논란을 우려해 해외연수나 해외방문 일정을 취소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경기도의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도의원 10명은 선진 복지행정 벤치마킹을 위해 지난 2일 핀란드·노르웨이·스웨덴 등 북유럽 3국 연수를 8박9일 일정으로 떠나 물의를 빚고 있다.
이들이 떠난 이날은 메르스 사망자가 발생하고 3차 감염이 확인돼 보건당국이 초긴장 산태에 빠진 날이다. 메르스 방역대책 업무를 맡는 도 보건복지국 소관 상임위원회 소속 의원들이기에 비난이 거세게 일고 있다.
연수 기간에 바이킹박물관, 송네피요르드 방문 등 관광으로 짜인 일정이 포함돼 있어 눈총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 의정부시의회 자치행정위원회 소속 의원 5명은 지난 1일부터 홍콩 연수 중에 있다. 용인시의회에서는 1일부터 미국을 방문 중인 박모 시의원이 SNS에 할리우드에서 촬영한 사진을 올렸다가 비난 여론이 거세자 삭제한 일도 있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항소심에서 직위상실형을 선고받아 낙마 위기인 박경철 전북 익산시장은 지난 2일 7박9일 일정으로 기업유치 활동을 위해 미국으로 출장 갔다.
반면 메르스 확산과 논란을 의식해 해외연수를 취소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이달 해외연수를 계획한 울산중·남·북구와 울주군의회는 4일 의원 간담회나 의장단 회의를 열어 모든 일정을 취소하거나 연기했다.
경기북부 10개 시·군 시·군의회 의장단도 오는 8일부터 6박8일간 계획한 미국 연수를 무기한 연기했다. 대전시의회, 충북 청주시의회·괴산군의회 역시 해외연수를 취소했다.
전남도의원 10여명은 16일 일본으로 출국하는 계획의 취소를 검토하고 있다.
경주시의회 의원들 역시 예정된 대만, 중국 방문 일정을 미루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김영길 중구의회 의장은 “국가적으로 메르스 확대를 걱정하는 상황에서 기초의회가 해외연수를 가는 것 자체가 논란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종구 기자 jglee@kmib.co.kr
“메르스는 남의 일 입니다” 지방의회 의원들 해외연수 ‘빈축’
입력 2015-06-04 1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