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대 사상최고 기부금… 기부자 이름 따 학교명 바꿔 논란

입력 2015-06-04 20:47

미국 명문대학들이 거액 기부자의 이름을 따 학교 이름을 바꾸는 사례가 늘면서 ‘돈의 힘’에 밀려 학교 정체성이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하버드대는 ‘헤지펀드의 제왕’으로 불리는 억만장자 존 폴슨으로부터 대학 역사상 가장 많은 4억 달러(약 4429억원)의 기부를 받았다. 1980년 하버드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1994년 200만 달러로 직원 1명을 데리고 헤지펀드회사인 폴슨앤드컴퍼니를 창업해 오늘날 195억 달러가 넘는 자금을 관리하는 기업으로 키웠다.

폴슨 회장이 기부한 곳은 하버드 공학응용과학대학(SEAS)이다. 대학 측은 학교명을 ‘하버드 존 폴슨 공학응용과학대학’으로 바꾸고 캠퍼스도 대학본부가 있는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서 인근 알스턴으로 확장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기부는 통상적으로 2억2500만∼3억5000만 달러 범위였던 예일, 코넬, 존스홉킨스, 펜실베이니아 대학 등 미국 유명대학의 최다 기부액을 뛰어넘는다. 지금까지 하버드대에 대한 최대 기부는 지난해 9월 홍콩 최대 부동산재벌인 항룽그룹 일가의 3억5000만 달러(약 3875억원)였다. 당시에도 하버드대는 항룽그룹 창업자 이름을 따서 ‘T.H. 챈 보건대학원’으로 명칭을 바꿨다. 하버드대에서 개인의 이름을 딴 대학은 공공정책대학원인 ‘케네디스쿨’뿐이었다.

고액 기부에 학교 이름마저 바뀌자 학내에서 비판 여론이 나오고 있다. 크리스토퍼 로비쇼 케네디 스쿨 교수는 “이런 추세로 가면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메디컬스쿨(의료전문대학원) 정도만 남기고 모든 학교 이름이 기부자 이름으로 바뀔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