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통합진보당 빠진 ‘통합 진보 정당’ 출범… 야권 재편 신호탄?

입력 2015-06-04 17:55

정의당과 국민모임, 노동당, 노동정치연대 등 지난해 해산된 통합진보당을 제외한 4개 진보정치세력이 통합을 선언하면서 야권이 술렁이고 있다. 4·29 재보선 패배로 동력을 잃은 듯 했던 야권 재편이 가시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공식 반응을 자제한 채 이들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했다.

4개 세력은 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로운 대중적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유일한 원내정당인 정의당 천호선 대표는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합리적인 진보정치를 새로 시작하자는 것”이라며 “그저 뭉치기만 하자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국민모임 김세균 대표는 “6월 4일은 진보정치사에 새로운 역사를 쓰는 중요한 기회”고 평가했다.

이들은 선언문을 통해 진보정당으로서의 정체성을 명확히 했다. 신당의 과제로 최저임금 시간당 1만원으로 인상, 비정규직 문제 해결, 보편복지 확대와 조세정의 실현, 노동자 경영참여제 도입과 재벌체제 개혁,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확대 등을 제시했다. 또 내년 총선에서 20석 이상의 의석수 확보하겠다는 목표도 밝히며 9월쯤 가시적 성과를 내겠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통합진보당과는 분명한 선을 그었다. 천 대표는 “현재로서는 그 분들(통진당)과 함께하겠다는 생각은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로서는’이라는 표현이 오해의 (소지가) 있겠다”라며 직접 정정하기도 했다. 김 대표 역시 “반 통진당 노선이 아니라 비 통진당 노선이 중심이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제1야당인 새정치연합에 대해서도 “더 이상 대안이 될 수 없다”며 분명한 각을 세웠다.

새정치연합 내에서는 이들의 통합이 파급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당 전략통인 한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정의당을 제외하면 사실상 실체가 없는 조직인 것 아니냐”라며 “내년 총선을 앞두고 우리 당과의 통합 내지는 야권연대를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지도부의 한 의원도 “조직화에 얼마나 성공할지 모르겠지만, 현재 우리 당 입장에서는 환영이나 우려 등의 메시지를 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4·29 재보선의 주요 패인으로 야권분열이 지목되는 만큼 새정치연합 입장에서는 진보세력의 통합 선언이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벌써부터 내년 총선에서 야권연대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공개적으로 나왔다. 박지원 의원은 TBS라디오 인터뷰에서 “지난 재보선 패배 이유 중 하나가 야권연대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내년 총선과 내후년 대통령 선거에서 연합·연대·단일 후보로 새누리당과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김 대표는 최근 불거진 국민모임과 정동영 전 의원의 ‘결별설’을 부인했다. 그는 “외국에 나가있는 정 전 의원이 이달 중순까지는 돌아와 대중적 진보정당 건설의 밀알이 되겠다는 자신의 역할에 충실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