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손잡고 합쳐야 살아난다” 극심한 불황 겪는 석유화학업계 M&A 움직임 활발

입력 2015-06-04 17:58
사진=국민DB

석유화학업계에 장기불황이 지속되면서 돌파구로 인수합병(M&A)이 확산되고 있다. 셰일가스와 석탄화학 등 새로운 에너지원의 등장으로 불투명한 미래에 위협을 느낀 관련 기업들이 사업재편을 서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극심한 정체기에 과감한 투자를 감행해 호황기에 더 큰 이익을 보려는 노림수로 해석할 수도 있다.

한화그룹은 지난달 삼성그룹의 석유화학 회사를 2곳 인수해 한화종합화학과 한화토탈로 출범시키며 국내 석유화학 1위 업체로서의 위상을 다졌다. 한화측은 4일 “인수합병을 통해 규모의 경제와 포트폴리오 다변화라는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또 기존 한화토탈이 영위하던 파라자일렌(PX) 및 한화종합화학이 영위하던 고순도프탈레이트산(PTA) 시황이 개선되며 예상 보다 빨리 인수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중국 1, 2위 석유기업인 시노펙(SINOPEC)과 페트로차이나(CNPC)의 합병설도 연초부터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다. 두 회사의 합병설에 업계는 바짝 긴장하며 주목하고 있다. 두 회사가 합쳐지면 엑손모빌을 제치고 세계에서 시가총액 1위의 석유기업이 탄생하기 때문이다.

과거 석유화학산업의 경쟁구도 변화과정을 살펴보면, 대형 메이저 기업의 M&A로 시장 판도가 바뀌는 경우가 많았다. 독일계 글로벌 화학기업인 바스프(BASF)는 매출이 2001년 330억 유로(약 47조원)에서 2010년 640억 유로(약 92조원)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중 M&A에 의한 매출성장은 110억 유로(약 16조원)에 이른다. 글로벌 매출 순위 5위인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화학기업 사빅(SABIC)은 M&A에 의한 매출 성장이 50% 이상이다. 엑손모빌도 1998년 엑손이 모빌을 인수해 지금의 엑손모빌이 탄생했다.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고, 파트너의 강점을 활용하기 위한 기업간 합작기업 설립 움직임도 활발하다. 한화케미칼은 최근 사우디의 석유화학회사 시프켐(Sipchem)과 합작해 설립한 IPC에서 폴리에틸린 제품 생산을 시작했다. 중동 산 에탄가스를 원료로 하기 때문에 나프타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원료 획득이 가능해져, 획기적인 가격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됐다.

SK종합화학은 일본 JX에너지와 합작해 1조원 규모의 PX 공장을 울산에 건설하고 작년 하반기부터 상업생산 중이다. SK종합화학은 JX에너지가 다양한 판매 네트워크나 막강한 자금력, 원료 공급력 등을 갖춰 최적의 파트너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롯데케미칼도 이탈리아 석유화학업체 베르살리스와 6700억원을 투자해 전남 여수에서 연간 5만t 규모의 합성고무를 생산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롯데케미칼은 기술력을 도입하고, 베르살리스는 안정적인 원료를 공급받을 수 있게 됐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에너지 시장의 불확실성이 증가하면서 석유화학 기업들이 사업재편을 서두르고 있는 상황”이라며 “기업간 대규모 M&A나 합자회사 설립 움직임은 앞으로 더욱 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