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가 핀란드의 경제난이 유로화 사용국이란 ‘멍에’ 때문이라고 비판하자 정권 교체로 갓 집권한 총리가 통화정책 때문은 아니라고 반박해 귀추가 주목된다.
3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크루그먼은 “(유로가 출범하기 전인) 1990년대에는 핀란드가 자국 통화 마르카를 평가 절하함으로써 경제 위기를 극복했다”면서 그러나 이제는 그럴 수 없어서 경제난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크루그먼은 앞서 스웨덴의 통화 정책에도 비슷한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크루그먼은 “핀란드가 경쟁력 회복에 실패한 것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가맹국으로 공식적으로는 아무것도 잘못한 것이 없지만, 그 입지 때문에 근본적으로 충격받고 있음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유로존 회원국 자격이 핀란드에는 ‘구속복’이라고 표현하면서, 2012년 이후 마이너스 성장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실업률도 10%를 웃도는 점을 상기시켰다. 또한 산업생산도 지난 3년의 대부분 기간에 위축됐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핀란드 국채가 여전히 시장에서 안전자산 대접을 받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정보기술(IT) 기업인 출신으로 지난 4월 총선에서 정권 교체를 이루면서 집권한 유하 시필레 신임 총리는 회견에서 ‘잘못된 진단’이라고 반박했다.
시필레는 “(다른 유로존 국가와) 경쟁력 격차가 오래가고, 이 때문에 일자리도 없어졌음은 시인한다”면서 “그렇다고 유로존 이탈이 답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유로화를 계속 사용하면서 경쟁력을 회복해야만 한다”면서 “생산성이 회복될 때까지 노동 비용이 (더) 상승하지 않도록 하는 일종의 ‘내적 평가 절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이와 관련, 이 나라 노동비용 상승을 초래했다는 평가를 받는 노키아의 몰락과 전자책 확대로 핀란드 핵심 산업의 하나인 제지업이 위축된 것 등이 경쟁력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고 전했다.
또한 우크라이나 사태로 주요 교역국인 러시아와의 경제 협력이 위축된 것도 원인으로 지적됐다.
블룸버그 집계에 의하면 핀란드의 노동 비용은 스웨덴과 독일보다 20%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필레는 재정 긴축의 시급함도 강조했다.
블룸버그는 이와 관련, 시필레가 선거 유세 때 집권하면 2030년까지 지출 감축 등으로 재정 적자를 100억 유로로 감축할 것이라고 약속했음을 상기시켰다.
이를 위해 시필레 정권은 오는 8월 21일까지 노조가 앞으로 3∼4년 사이의 임금 5% 삭감 계획을 수용하도록 최후 통첩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크루그먼-핀란드 총리, 유로화 ‘멍에론’으로 정면충돌
입력 2015-06-04 1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