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메르스 사태’는 2년 전 이미 예고됐다? 영화 ‘감기’ 누리꾼들 재조명

입력 2015-06-04 13:48
전 스케이트 선수 김동성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오늘 서울 강남의 거리 모습이 영화 '감기'를 떠올리게 한다며 올린 사진. 김동성 인스타그램 캡처

4일까지 국내에 중동 호흡기 증후군(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이하 메르스) 확진 환자가 35명으로 늘고 우려했던 3차 감염자까지 속출, 시민들의 메르스에 대한 불안과 공포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의심 판정을 받아 격리된 환자 수가 1600명을 넘어서고 평택 너머 원주와 부산에서도 메르스 의심 환자가 발생하며 메르스가 전국으로 확산될 조짐까지 보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2013년에 개봉한 국가적인 전염병 사태를 다룬 재난 영화 ‘감기’가 메르스 사태와 맞물려 새삼 다시 누리꾼들 사이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영화 ‘감기’는 김성수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장혁과 수애가 주연을 맡았지요. 이 영화에서는 경기 분당에 밀입국한 외국인 노동자를 시작으로 치사율 100%의 원인을 알 수 없는 치명적인 호흡기 바이러스가 퍼져서 국가적 재난 사태로까지 번진다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에 등장하는 갑작스런 전염병 때문에 혼란에 빠진 시민들이나 뒤늦게 대응책을 강구하는 정부 등이 현재 상황과 비슷해서 주목을 받는 것입니다.

영화 ‘감기’는 극장에서 상영할 당시에는 300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는 성공했지만 비평적으로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습니다. 그런데도 현실의 메르스와 영화 속에 나오는 인플루엔자 모두 손쉽게 전염되는 질병인데다 백신이 없다는 현실이 비슷해 누리꾼들에게 소위 ‘재평가’ 받으며 영화의 평점이 점점 올라가고 있습니다. 지난 2일까지만 해도 네이버에서 이 영화의 누리꾼 평점은 5.5점이었지만 3일 하루 만에 1.4점이 상승하며 6.9점을 기록했습니다. 그러면서 여러 누리꾼들은 댓글로 “와 2년 전에 이렇게 될 줄 알았다니!” “시대를 앞선 영화” “성지 순례 다녀갑니다” “메르스 때문에 재조명 받아서 봤는데 진짜 재밌게 봤습니다. 정말 안 본 사람들 꼭 보세요. 무능하고 무책임한 현재 정부를 그대로 잘 표현했습니다. 메르스 백신이 하루 빨리 개발되기를 바랍니다” 등의 의견을 남겼습니다. 물론 이는 반은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입니다. 그러나 이는 사람들이 지금 영화와 같은 재난이 현실이 되면 어쩌나하는 두려움을 표출하는 또다른 방법이 아닐까요? 그래도 어떤 끔찍한 재난이 닥쳐도 극적으로 해결되는 영화처럼 우리 정부도 지금부터라도 잘 대처해서 이 시기를 지혜롭게 넘겨 영화의 해피엔딩을 현실로 실현시키는 날이 오길 바랍니다.

최영경 기자 yk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