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게인 2012” 4개 진보세력 통합선언…야권재편 급물살

입력 2015-06-04 12:31

정의당과 노동당, 국민모임, 노동정치연대 등 4개 진보세력은 4일 통합을 거쳐 새로운 대중적 진보정당 건설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통합진보당 해산 후 남아있는 진보세력 대부분이 집결하는 셈이어서, 이후 전체 야권의 재편으로까지 이어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의당 천호선 대표, 노동당 나경채 대표, 국민모임 김세균 상임위원장, 노동정치연대 양경규 공동대표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보정치의 재도약을 위해 담대한 도전을 시작하겠다"며 "올해 안에 더 크고 더 강력한 진보정당을 가시화하겠다. 9월까지 구체적 성과를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신자유주의 극복과 노동존중의 대안사회 건설이 목표"라며 ▲ 최저임금 시간당 1만원으로 인상 ▲ 비정규직 문제 해결 ▲ 보편복지 확대와 조세정의 실현 ▲ 노동자 경영참여제 도입과 재벌체제 개혁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확대 등을 과제로 제시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통합결정이 통진당 사태 후 구석에 몰린 진보진영이 새로운 진로를 모색하기 위한 '최후의 선택'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무능과 야합으로 스스로 무너진 제1야당은 더 이상 대안이 될 수 없음에도, 진보정치 역시 분열과 침체로 국민들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고 반성하며 "패권주의 등 진보정치의 낡은 잔재를 청산하겠다"고 밝혔다.

정의당은 최근 두 차례 재·보선에서 당선자를 내지 못했다. 심지어 지난 4·29 재보선에서는 새정치연합이 독자노선을 고수, '야권연대의 한 축'으로서도 역할을 하지 못했다.

국민모임도 9월 창당을 목표로 야심차게 출발했지만 이번 재보선에서 서울 관악에 나선 정동영 전 의원이 패배하면서 독자창당 계획이 큰 어려움에 봉착했다.

여전히 국민모임에 몸담고 있는 정 전 의원은 열흘 전께 중국으로 출국해 아직 귀국하지 않았으며, 이번 논의에는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통합 선언이 내년 총선 구도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통진당 후폭풍'에서 벗어나 지지층을 규합시키는 데 성공한다면 진보진영도 내년 총선에서 상당한 지지세를 확보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지난 2012년 19대 총선 때 제3당으로 도약한 통합진보당의 전례를 되풀이할 수 있을지, 야권표 분산으로 인해 야권 전반에 참패를 초래하는 '분열의 씨앗' 이 될지 여부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린다.

정의당 심상정 원내대표는 KBS라디오에서 "국민적 상식에서 벗어난 대북관이나 낡은 진보를 과감히 혁신하겠다는 각오"라면서 "정의당도 전현직 국회의원을 포함해 새 정당에서 가급적 많은 총선 출마자를 내겠다"고 밝혔다.

특히 무소속 천정배 의원이 광주에서 독자세력화를 선언한 만큼, 새로운 진보정당과의 관계설정에 따라 호남에서 상당한 파괴력을 갖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심 원내대표는 YTN라디오에서 "천 의원은 진보정당을 할 생각이 없다고 하는 만큼, 진보결집의 대상은 아니다"면서도 "혁신 구상이 어떻느냐에 따라 서로 협력 관계를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수도권 등 박빙의 표차이가 당락을 가르는 지역에서도 이번 신당은 새정치민주연합에 위협적인 존재로 떠오를 가능성도 있다.

새정치연합으로선 지속적으로 '야권연대 불가' 입장을 고수하기 부담스러운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 총선승리를 위해서는 '야권 빅텐트'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올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박지원 전 원대대표는 TBS 라디오에서 "지난 재보선 패배 이유 중 하나가 야권연대를 하지 않은 것 때문"이라며 "야권은 어떠한 경우에도 선거의 승리를 위해 단일화해야 한다. 신당과 우리 새정치연합도 내년 총선과 내후년 대통령 선거에서 연합·연대·단일 후보로 새누리당과 싸워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일각에서는 새정치연합 내에서 점점 '중도강화', '우클릭'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힘을 얻어, 새 진보정당 출현이 제1야당내 계파 갈등을 더 부추기고 악화시키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